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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쎈여자 동생 황금동, 김기두 표 ‘허약 코미디’ [홍종선의 신스틸러➁]


입력 2023.11.30 15:20 수정 2024.06.11 11:18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빠르고 힘찬 ‘힘쎈여자 강남순’ 속 시청자 쉼터 역할 톡톡

배우 김기두, 이번에는 확실히 눈도장! 온가족 운동 시간이라 억지로 끌려 나왔으나 기력도 의욕도 없는 황금동 ⓒ 이하 출처=드라마 홈페이지 ‘강남순 PHOTO 코너’

모든 일에는 쉼표가 필요하다. 즐겁자고 보는 드라마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주인공들이 이야기 수레를 끌고 주연급들이 뜨겁게 연기할 때, 보는 우리도 숨이 차고 후텁지근하다. 숨돌릴 틈이 필요하고, 열기를 식힐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조연이 있고 단역이 있는데, 그저 백지로 텅 비우며 쉬는 시간을 주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부담은 주지 않되 재미와 웃음을 주며 휴식을 주는 배우가 있다. 티빙에서 볼 수 있는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극본, 백미경, 연출 김정식·이경식, 제작 바른손씨앤씨·스토리피닉스·SLL)에는 그러한 조·단역 배우가 많다.


타이틀롤 강남순 역의 이유미, 미소가 아름다운 배우 ⓒ

연출을 맡은 김정식 감독은 매회 카메오로 연기력 차진 배우들을 섭외했다. 드라마가 끝나는 마지막 회, 길중간 여사(김해숙 분)가 새로이 세운 포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노인협회를 찾아간 장면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 협회 관계자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관순(고아성 분)의 어머니, 드라마 ‘소년 심판’에서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맡은 사건의 소년 피해자 어머니이자 은석의 심중을 헤아려 또 다른 사건의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가정의 가장으로 등장했던 배우 오지영을 캐스팅했다.


카메오와 한 장면 등장 배우에도 마음을 쓰는 제작진이니 드라마 기본 출연진 캐스팅은 길게 말하면 입 아프다. 아내와 어머니 자리에 전념하기 위해 안방극장을 떠났던 김정은의 화려한 복귀를 성공시켰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동료 참가자에게 목숨을 양보하는 눈물 연기로 미국에서는 조연상을 받았어도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은 이유미에게 충분히 빛을 내리쬐었다. 김해숙과 정보석의 앙증맞은 실버 로맨스로 두 배우에게서 전에 못 봤던 얼굴을 끄집어냈고, 변우석(류시오 역)·아키라(브래드 송 역)·최희진(리화자 역)·주우재(지현수 역)·경리(노 선생 역)를 발견했다.


강남한강지구대에서 마약범죄 수사에 힘쓴 열혈 형사들 . 비중 작은 배역들까지 굿 캐스팅~ ⓒ

작전상 강남한강지구대 파출소에 세 든 마약범죄수사팀은 인상적 마약중독 연기를 펼친 팀장 하동석 역의 정승길을 위시해 옹성우, 송진우, 유하성에 가수임을 잊게 한 영탁까지 드라마를 본 이들이라면 멤버 전원을 기억할 수 있게 캐릭터가 살았다. 디지털 수사로 지구대 내에 있어 활약이 적을 수 있는 유하성에게 배역명으로 배우 이름 진선규를 붙여 준다거나 마지막에 안경 벗고 헐크가 되는 설정을 부여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황금주(김정은 분)의 오른팔 오정연(정나영 역)은 정통 뉴스 아나운서의 한을 드라마를 통해 풀어내듯 똑 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줬고, 배우 김남길이 자꾸만 생각나게 금주가 ‘어, 남길아’로 외쳐댄 이중옥 배우(김남길 역)도 왼팔 노릇을 톡톡히 했다. 브래드 송의 비서 남홍도, 결코 비중 크지 않은 역의 배우에도 황금주와의 ‘숫자놀이’를 통해 시청자의 눈에 들게 했다.


한약 먹어가며 겨우 겨우 글 쓰는 황금동, 배우 김기두의 실감 나는 ‘허약 코미디’ 연기 ⓒ출처=네이버 블로그 dullice912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는 수퍼파워 3대 모녀, 길중간-황금주-강남순 역의 김해숙-김정은-이유미 못지않게 ‘힘없는 남자들’의 캐스팅이 중요했다. 길중간은 힘없는 남자 황국종(임하룡 분)과 결혼해 힘센 금주와 힘없는 금동을 낳았고, 황금주는 여리여리한 몸은 기본에 마음도 여린 강봉고(이승준 분)과의 사이에 힘센 남순과 힘없는 남인을 두었다.


아빠 황국종, 강봉고보다 진정 ‘힘없는 남자들’은 힘센 여자들의 남자 형제들 황금동(김기두 분)과 강남인(한상조 분)이다. 이들이 통통한 살집과 제법 큰 체격에도 비실대야 늘씬한 황금주와 강남순의 파워가 더욱 돋보이니 말이다. 두 배우 다 맡은 역할을 잘 수행했는데, 특히 김기두가 잘했다.


글 초반으로 돌아가서, 바로 재미와 웃음까지 더해 휴식을 주는 조연배우의 대표가 황금동 역의 김기두다. 금동은 집안의 내력으로 수퍼파워 DNA가 누나 금주에게 ‘몰빵’된 상황에서, 유난히 약체인 아빠 황국종을 빼다 박아 3보 이상 걷기가 어려워 대부분 누워서 놀고 누워서 일한다(웹소설 작가). 자신의 치명적 단점을 잘 알아 조심조심 살아가려 하지만 워낙 사건·사고가 많고 사달이 잦은 가족이다 보니 조금만 무리하면 기절하기 일쑤다.


이렇게 귀여울 수 없는 모자. 배우 김해숙의 아들을 연기하면 잘된다는 정설^^ ⓒ

김기두는 황금동 역을 ‘금동이’라는 이름처럼, 드라마 ‘전원일기’의 업동이 금동이처럼 집안의 어른들을 웃게 하는 귀염둥이이자 어쩐지 마음 짠하게 하는 인물로 표현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영상을 마치 거꾸로 돌린 듯 호로록 쓰러지는 연기, “나 아파” “어지러워”라고 말할 때의 눈썹과 눈과 입술 모양이 귀엽기 그지없다. 결국 연기는, 그 결과인 캐릭터의 생명은 매력인데 김기두 표 ‘허약 코미디’는 매력 지수 만점이다. 자꾸만 ‘언제 나오지?’ 기다리게 만든다.


드라마 ‘키스 식스 센스’에서 장엄지(황보라 분)의 단짝 동료 김상구로 출연했을 때는 적은 출연 분량에 맞춰 튀지 않되 음을 늘이고 줄이는 독특한 말투와 수염으로 눈길을 붙들더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극의 비중이 더 커지자 이번에는 수염을 밀고, 음을 높였다 낮추는 발화와 한껏 귀여운 몸짓으로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다음 작품은 뭘지 벌써 기다린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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