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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가 선택한 후계자 조항조 “가수로서 사는 법 보여주신 어른…존경으로 함께”(인터뷰)


입력 2025.03.17 05:00 수정 2025.03.17 05:00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4월 26·27일 이미자의 마지막 콘서트 ‘맥을 이음’

고르고 골라 단 2명의 후계자 주현미·조항조와 공연

조항조 “곁에서 뵈니 더욱 존경…일상도 가수를 위한 삶”

이미자(가운데)의 마지막 공연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항조(왼쪽)와 주현미 ⓒ뉴시스

“노래한 지 66년째 되는 해입니다만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입니다. 우리 든든한 후배들(조항조, 주현미)을 모시고, 제가 고집하는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 후배들과 함께 공연한다고 발표하게 돼 매우 행복하고 기쁩니다.”


오는 4월 26~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맥을 이음’이라는 전통가요 헌정 무대로 자신의 ‘마지막 공연’을 여는 가수 이미자 선생의 말씀이다.


“전통가요가 사라지지 않도록 대(代)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이 사람과 공연을 열 수 있도록 해준 제작사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조용히 이 공연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959년 노래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단숨에 스타덤에 오를 만큼 확연히 대별되는 고운 목소리에 완벽한 가창력을 지닌 가수 이미자는 ‘마지막’을 말했다.


“은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지막이라는 말씀을 확실히 드릴 수 있을 때”라면서 “앞으로 콘서트를 열지도 않고, 레코딩(음반 녹음)도 하지 않을 겁니다. 다만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다는 뜻에서 제가 조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방송국에 나갈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 단을 내리지는 않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5일 후배 조항조, 주현미와 함께 자리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미자는 ‘맥을 잇는다’ ‘대를 잇는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말했다. 가수로서 이제 자신에게 남은 과제는 ‘내가 고집하는 전통가요의 맥이 이어지게 하는 것뿐’이라는 사명감이 읽힌다.


맥을 이어줄 후계자를 찾았고, 그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며 실질적으로 맥을 잇고, 이후에도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 자리라면 방송국에는 나오겠단다. 마지막 공연명 ‘맥을 이음’에 그 뜻이 응축돼 있다.


대한민국 최고 가수라는 수식어에 부족함 없는 이미자의 ‘마지막 공연’ 소식에 대중의 가슴은 철렁했다. 나는 늙어도 그이는 결코 늙지 않고 그 자리에서 우리 삶의 애환을 달래 줄 것만 같았던 이미자, 언제고 또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공연이 이제 끝이라니 말이다.


가수 이미자(가운데)가 자신이 선택한 전통가요의 맥을 이을 후계자, 조항조-주현미와 함께 환한 웃음으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자는 또 하나의 낯섦을 안겼다. 본인이 직접 지목한 후계자 조항조와 주현미, 그리고 TV조선 ‘미스 트롯3’의 진 정서주와 ‘미스터 트롯3’의 진 김용빈이 무대에 함께 오른다. “내 공연에는 게스트를 올리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깼다.


“이렇게 든든한 후배들을 제가 고르고 골라서 전통가요의 맥을 대물림해 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기에 ‘아! 이것이 이루어졌구나’ 느꼈습니다. 후배들과 우리의 맥을 이을 수 있고 물려줄 수 있는 공연을 하면서 끝낼 수 있게 됐습니다. 행복함 속에 이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젊은 가수) 두 사람을 이번 공연에 초대하려 합니다. 주현미, 조항조가 전통가요의 대를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을 예비로 마련한 것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것이 이번 공연에 임하는 저의 마음가짐입니다.”


당시 ‘맥을 이음’ 기자간담회에서 주현미는 “제가 데뷔했을 때만 해도 전통가요 1세대 선배님들이 생존해 계셨다. 선생님께서 전통가요의 맥을 잇겠다고 하시면서 저와 조항조 씨를 (전통 가요의) 선택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제가 현재까지 노래하고 있는 전통가요 장르에 의미가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저희가 역사를 이어가는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무대 멋지게 꾸며서 참여해 보고자 한다”라고 함께 무대에 서는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조항조는 “제가 (후계자로서)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에 정말 부담스럽지만, 열심히 선배님의 뒤를 따르겠다. 선배님이 물려주신 맥을 이으려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조항조는 17일 데일리안에 간담회에서 못다 한 말을 보탰다.


“(이미자) 선생님께서 노래 잘하시는 것,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특별한 감성의 소유자신 것은 전 국민이 다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가창력을 지니시고도 결코 꺾기 등의 멋 부림 없이 노래를 깔끔하게 하시는 것, 라이브를 하셔도 음반을 튼 것처럼 완벽한 박자와 음정을 유지하신다는 것에 대해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분이 아실 겁니다.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도 뽐내지 않는다는 건 더욱 대단하신 건데요. 저 역시 그런 선생님을 존경하며 평소 선생님의 창법처럼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부르려 애써왔습니다. 그런 점을 선생님께서 지켜봐 주신 건지, (후계자로 지목해 주셔서) 처음엔 어리둥절했고 부담스러웠고 지금은 너무나 영광스럽습니다.”


성대를 영구 보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일찌감치 들었던 대가수 이미자가 고르고 골라 선택한 단 두 명의 가수, 남자 1명 여자 1명의 가수. ‘대한민국 남자가수 대표’ ‘이미자가 인정한 가창력’이라는 수식어가 영원히 따라다니게 된 조항조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완성도 있는 공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꼭 알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가수 이미자의 일상에 관해 얘기했다.


“창법의 모범,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가 인정하는 최고의 가창력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미자 선생님께서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시고, 같은 시간에 운동하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주무신다고 합니다. 술 담배도 전혀 하시지 않고, 몸무게도 변함없이 하시고 자기관리가 보통이 아니신데, 이걸 평생을 해오셨다는 거지요. 더욱 존경스러운 것은 이 모든 노력의 배경에, 일상의 루틴을 지키는 이유가 가수로서 음색과 음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러셨다는 겁니다. 정말 인생 전체를, 무대 위뿐 아니라 무대 밖에서도 온전히 가수로서 살아오신 겁니다. 노래를 제대로 한다는 것을 인생 목표로 삼으셔서 그 어려운 길을 실천해 오신 겁니다. 그 꼿꼿한 단아함과 그 우아한 정서가 어디에서 오는가를 조금 더 알게 됐습니다. 정말 존경합니다.”

우리의 현대사를 노래로 함께한 가수 이미자. 대한민국 최고의 가창력, 모범적 창법의 표준 ⓒ

1959년 데뷔해 만 66년을 가수로 살아온 이미자. 우리의 전통가요는 한국의 역사와 그 파동을 함께 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한국의 대중가요는 이미자 전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있듯이, 이미자가 한국가요의 역사이기도 하다.


한때는 본인 표현대로 서구풍 노래에 밀려 ‘질 낮은 노래’로 폄훼되기도 했지만, 1964년 발표한 ‘동백 아가씨’가 33주 차트 1위를 차지했음에도 ‘왜색풍’이라고 금지가요가 되는 수모도 겪었지만, 우리 곁에는 언제나 이미자가 있었다. 베트남 전장에도 독일 광산촌에도 이미자가 찾아갔다. ‘섬마을 선생님’ ‘여로’ ‘여자의 일생’ ‘내 삶의 이유 있음은’ 등 2,500곡이 넘는 노래로 팍팍한 우리의 삶을 보듬었다. 지난 2023년 대중음악인 가운데 처음으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이유다.


그리고 이제, 화려했던 시작만큼 끝도 좋다. 나의 부재를 채워 나를 기억하게 할, 내가 사랑하는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갈 방책을 마련했다. 끝이 아니라 영원, 내가 아니라 우리에 주목한 마지막 공연이 코앞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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