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이어 현장검사 확대...영업관행 전방위 조사
CEO 중징계 가능성…향후 사태 확산 예의 주시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영업 관행에 전방위로 칼을 빼들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채권형 랩어카운트·신탁 불법 자전거래 등에 관한 릴레이 검사 및 제재 압박이 커지면서 새해부터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홍콩H지수 ELS 판매사들을 상대로 현장 검사에 돌입하면서 각 증권사들도 자체적으로 판매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감독당국이 조사에 나선 것은 올해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일부 판매사들이 ELS 판매 한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우선 지난 8일부터 각각 은행·증권업권의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검사가 시작됐다.
이들에 대해서는 소비자 민원조사까지 동시에 실시되는데 민원조사는 민원인(소비자)과 판매직원, 금감원 직원간 삼자대면 형태로 진행된다. 주요 판매사들인 만큼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과 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 등 나머지 10개 판매사에 대해서도 이달 중 순차적으로 현장 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통해 2~3월 중에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고 배상 기준안 등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H지수 연계 ELS의 총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은행권에서만 15조9000억원이 팔린 반면 증권사들의 판매 금액은 3조4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또 은행은 오프라인 채널 판매(91.7%)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증권사는 비대면 채널 판매(87.6%)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불완전 판매 이슈에서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영업 관행과 위법적 행위를 질타하며 이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9년 라임 사태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국고채 담합 입찰 의혹과 채권형 랩·신탁상품 불건전 영업 관행, 주가폭락 사태, 차액결제거래(CFD) 운용 실태 등 여러 사안에 대한 당국 조사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증권사들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홍콩 ELS 불완전판매 측면에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일 것”이라며 “수수료와 인센티브 정책 등 내부적으로 무리한 판매 행태가 있었는지를 조사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의 랩·신탁 관련 위법과 관련해 일부 최고경영자(CEO)의 중징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새해부터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5월부터 하나·KB·한국투자·유진투자·SK·교보·유안타·NH투자·미래에셋증권 등을 대상으로 랩·신탁 영업 관행을 집중 점검하고 다수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 이를 토대로 조만간 제재심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시 금감원은 CFD 관련 증권사 현장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랩·신탁 운용 실태를 함께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적발된 일부 증권사의 경우 채권·랩 운용 의사결정에 대표이사가 관여하거나 지시한 정황이 포착돼 CEO도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검사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 정황이 발견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사태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증권사마다 선제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하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