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정부 사법처리 현실화되면 스승으로서 제자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
강원대 의대 교수들, 삭발식 단행…SNS 통해 사직 의사 밝히거나 제출한 교수도잇따라
서울 '빅5 병원' 전임의 이탈 규모 커져…의료공백' 극심해지면서 응급환자들 고통받아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에 나서고,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분위기가 확산하자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징계와 의대 증원에 반발해 공동 성명을 내고, 삭발식을 단행했다.
5일 연합뉴스 따르면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대규모 행정처분을 강행하면서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등 3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전공의 처벌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정부의 사법처리가 현실화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오전 강원대 의대 앞에서는 이 대학 교수들이 삭발을 단행했다. 교수들은 "지난주 진행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강원대는 기존 의대 정원 49명의 3배에 육박하는 140명으로 증원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히거나 실제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도 잇따랐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의 한 교수는 이날 정부의 전공의 처벌 강행과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교수는 SNS에 올린 글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병원에 남을 이유가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연세대와 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제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현실화하면 스승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의대 교수들이 성명이나 삭발, 사직 등을 넘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전날 열린 긴급 교수간담회에서 전공의 보호에 나서지 않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교수들은 이들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사직'과 '겸직 해제' 등 어떻게 집단행동을 벌일지를 투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일부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있을 가능성은 열어둔 상황이다.
현재 전공의들이 떠난 빈 자리는 교수들과 전임의들이 메우고 있는데, 교수들이 겸직을 거부하면 그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전임의들의 현장 이탈도 가속하고 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과목 등을 연구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뜻한다. 진료 경험 등이 많기 때문에 전공의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병원에서 수행한다.
그런데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들에서마저 전임의 이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전임의의 '절반' 정도만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에난 새로 계약해 출근을 앞두고 있던 전임의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에 이어 인턴, 전임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병원들은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들은 수술을 축소하고 진료를 연기하던 데에서 더 나아가 병동을 통폐합하고, 병상 수를 대거 축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서울대병원은 병동 통폐합 등을 검토하면서 남아있는 인력으로 환자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수술 축소에 따른 입원환자 감소 여파로 암 단기병동 등 일부 병동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전체 전공의 중 94%가 이탈한 제주대병원은 이번 주 중으로 간호·간병 서비스 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 수도 20개에서 8개로 축소하는 계획을 세웠다.
'의료공백'이 극심해지면서 죄 없는 환자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성명에서 "의료공백 속에 우리 중증질환자들은 긴장과 고통으로 피가 마르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의료계는 '나 몰라라'하며 의료 현장을 떠났고, 정부가 준비한 대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봉책에 불과해 고통과 피로도는 점점 치솟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