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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사고 잦은 봄 바다…기상 악화에 안전 불감증도 한몫 [요동치는 바다②]


입력 2024.04.02 07:00 수정 2024.04.02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해수면 온도와 대기 온도 차 큰 봄철

짙은 해무·높은 파도에 안전사고 급증

위치 발신 장치 일부러 끄는 선박도

KOMSA, 해양 안전 특별 대책본부 가동

지난달 1일 오전 7시24분께 제주 서귀포 남서쪽 약 22㎞ 인근 해상에서 서귀포선적 근해연승 어선 A호(33t·승선원 10명)이 전복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두 달 유독 해상 사고가 잦았던 것은 계절적 요인과 어민들의 안전 불감증, 기후 변화에 따른 해양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관계 당국은 ‘비상 대책반’을 편성해 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으나, 근본적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발생한 어선 인명피해 사고는 해경에 신고 접수된 것만 7건에 달한다.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던 6t급 어선이 전복해 2명이 숨진 사건을 시작으로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도 남방 해상에서 9명이 사망 또는 실종한 사건까지 모두 20여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이사장 김준석)이 해양교통안전정보시스템(MTIS)을 통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분석한 선박 충돌사고 현황을 계절별로 살펴보면 봄철 사고가 전체의 21.3%(26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어선 간 충돌사고는 39.4%(106건)로 가장 많다. 지난 5년간 선박 충돌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52명) 34.6%(18명)가 봄철에 발생할 정도다.


유독 2~3월에 어선 사고가 잦은 것은 우선 날씨 영향이 크다. 봄철에는 큰 일교차로 해상 안개(해무)가 평소보다 많이 발생하고 가시거리도 1㎞ 이하로 짧다. 부산과 인천 등 5대 항구에서 봄철 발생하는 평균 안개 일수는 평균 6.4일로 겨울철 2.8일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해수면 상부에서 발생하는 해무는 해수 표면 수온, 바다 상부 대기 상태, 대기 환경, 미세입자 물리 등 다양한 요소들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봄과 여름철에 습도가 높은 더운 공기가 차가운 바다를 통화할 때 해수면에 닿은 공기가 물방울로 바뀌며 안개가 된다. 특히 바닷물 표층과 하층의 해수가 섞이는 조류 지역일수록 해무가 자주, 짙게 발생한다.


기후 변화로 예상하지 못한 기상 악화도 잦다.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드는 시기에는 해상에 강한 돌풍이 부는 경우가 많다. 기상 상태가 수시로 바뀌고, 예기치 않은 너울성 파도를 맞는 경우 작은 어선은 중심을 잃기 쉽다.


통영해양경찰서가 지난 9일 오후 3시 15분께 통영시 욕지도 37해리 해상에서 전복된 제주선적 20t급 근해연승어선 사고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이렇게 심한 바람 처음…바다 환경 크게 달라졌다”


기후 변화에 따란 달라진 바다 환경은 오랜 경험의 어부들에게도 위협적이다. 45년 경력의 박종택 제주시어선주협회장은 최근 잦은 어선 사고에 대해 “바람도 이렇게 세게 부는 건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며 “20~30년 전보다 10배에서 100배(정도 바람이 세다)”라고 했다.


안전 불감증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나쁜 날씨에도 무리하게 출항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어선들은 먼 바다로 나가면서 GPS를 기반으로 한 ‘선박 입출항 자동 신고 장치(V-PASS)’와 ‘자동 선박 식별 장치(ASI)’ 등 어선 위치 발신 장치를 끄는 경우가 있다.


어선 위치 발신 장치는 해상 사고 때 구조대가 조난 선박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다. 이 때문에 2011년부터 법으로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연안 조업이 금지된 일부 근해 어선들이 조업 구역을 다른 어선에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신 장치 전원을 끄기도 한다. 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가 없어 어민들이 장비 관리에 무신경한 경우도 있다.


신호 송수신 거리가 30㎞ 남짓이라 먼바다로 나갈수록 GPS 신호가 끊길 위험이 크다. 통영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68㎞ 해상에서 전복한 제주 선적 20t급 선박은 V-PASS와 ASI 두 장비를 모두 갖췄음에도 사고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어선 사고에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강도형 장관 주재로 ‘특별경계 강화기간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경계를 높이고 있다.


해수부는 관계 기관 간 더욱 유기적이고 광범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어선안전 특별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했다.


어선 침몰·전복 사고 예방을 위해 ▲기상 특보 발효 예상 시 출항 제한 ▲안전 해역으로 이동 및 대피 명령 발동 ▲기상특보 시 15~30t 어선의 선단 조업 관련 조건 준수 ▲만재흘수선 초과 등 어구·어획물 과적 적극 단속 ▲승선원 신고 사항 철저한 점검 ▲위치 발신 장치 신호가 꺼졌을 때 초동 대응 철저 ▲기상특보 때 구명조끼 미착용 단속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KOMSA 또한 이달까지 해양 안전 특별 대책본부를 가동한다. KOMSA는 해수부, 해양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과 합동 점검은 물론 자체적으로 근해 연승·통발어선 등을 대상으로 복원성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구조설비를 집중 확인할 예정이다. 더불어 최고 경영진이 직접 참여하는 권역별 현장 안전 점검 및 선주단체 간담회 등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에 사라진 물고기…어민, 목숨 걸고 ‘멀리 더 멀리’[요동치는 바다③]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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