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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거부권 정국…'일방적 입법 폭주' 논쟁 속 협치 과제


입력 2024.05.04 06:00 수정 2024.05.04 06:00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홍철호 "이태원특별법은 사법 절차 끝나 채상병 특검과 다르다는 인식"

"억울한 죽음 덮으려는 것이 나쁜 정치, 특검 수용" 野 반발 이어질 듯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 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 정국에 직면했다.


지난 2일 민주당은 여야 간 합의 없이 '채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을 단독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168명 중 16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고,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지만 유일하게 김웅 의원만이 찬성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은 3일 MBC라디오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아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 수석은 "이태원 특별법은 이미 경찰·검찰 수사가 다 끝나고 국정조사까지 해서 기소가 됐고, 그래도 조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여야가 합의했지만, 채상병 건은 다르다"면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이다. 대통령실에선 이 절차가 끝나는 걸 기다려봐야 합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대통령께서 이걸 받아들이시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거고, 나아가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취임 이후 10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야당 측은 해병대원 특검법은 부정할 수 없는 총선 민의이며, 여론조사에서도 70%에 가까운 국민 여론이 있단 점을 세워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라고 거듭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여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범인이 아닐 것이니까"라고 말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어 "지난 대선 경선 과정부터 수년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여당이 끊임없이 되뇌었던 것(이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것) 아니냐"라며 "현수막만 붙인 게 수만 장 되지 않을까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기존 견해를 고수하면서 여야 대치 정국이 가파라질 전망이다. 홍 수석은 "이번 21대 국회가 여소야대다 보니 민주당에서 정치쟁점화할 수 있는 것들을 거부권 행사를 할 수밖에 없게끔 밀어붙인 것도 있다"면서 "그런 (거부권의) 건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협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시점에서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 폭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같은날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대통령의 격노가 수사 외압의 몸통임이 드러날까 두려워 온몸으로 특검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는 것이냐"며 "부끄러운 줄 아시라.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병사가 억울하게 죽었는데 진상을 규명하자는 특검법 처리가 어떻게 나쁜 정치일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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