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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업체의 유사금융 서비스, 정책 기조 전환돼야


입력 2024.08.08 06:06 수정 2024.08.08 06:06        데스크 (desk@dailian.co.kr)

전자금융업체, 소상공인 '뒤통수'

잘못된 적격비용 영향 대출 집중

카드사의 금융혁신 유도 바람직

카드 수수료 이미지. ⓒ연합뉴스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사태가 우리 사회에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혁신금융의 일환으로 진행돼 온 전자금융업체에 대한 정부지원이 무색한 상황이다. 전자금융업체의 후불결제 업무 허용 등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유사금융업 영위가 가능했었던 전자금융업체의 소비자와 소상공인 뒤통수 때리기가 시작됐다.


우리 사회 취약계층 및 영세소상공인의 신용 및 결제지원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정부 지원을 받았던 전자금융업체의 배신은 신용질서 훼손, 사회적 비용 증가란 막대한 피해로 되돌아오고 있다.


그동안 신용카드사(카드사)는 신용판매업이 주력 사업일 정도로 국내 지급결제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민간소비를 견인하는 후불결제수단으로써 신용카드는 일시불·할부금융에서 주요 결제 기능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카드사는 대부업체로 전락한 느낌이다. 신용도가 낮은 차주를 대상으로 카드론,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는 주요 금융사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약 35조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말 33조원이었던 카드론이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2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3%나 증가한 수치이다. 대체로 중금리 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인 차주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로서 대출의 부실 위험이 높다.


카드사가 고위험 신용대출에 주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업인 신용판매업의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의 정확한 재산정을 위해 지난 2012년 도입됐던 적격비용 제도는 카드사의 신용판매업 수익성 악화를 가져왔다.


동 제도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합당한 수수료율 재산정이란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지난 12년간 수수료율의 지속 하락을 유도해 왔다. 심지어 최근에는 연매출액 30억원 이내의 가맹점도 영세·중소가맹점으로 지정되는 등 우대수수료율의 적용범위가 96%까지 확대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빚어왔다.


최근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이 최고 27%까지 달하는 상황은 그대로 방치된 상태로 매출액 수준에 따라 0.5~1.5%가 적용되는 카드사의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의 경우 아직도 더 내려가야 된다는 논의는 이제 식상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카드사의 신용판매 수익률(가맹점 수수료 수익÷카드 이용실적×100)은 최근 0.5% 수준까지 하락했다. 3.5~4.0% 수준의 높은 금리로 발행되는 카드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운용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익률이다. 이로써, 카드사는 신용판매부문의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무리하게 현금 대출성 고위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유추된다.


더욱이, 그동안 중금리 대출을 주로 제공해 오던 저축은행은 최근 대출 연체 등 건전성 악화로 대출 공급을 축소하고 있다. 또한, 중금리 대출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로 출범했던 인터넷 전문은행(인뱅)은 고금리 지속에 따른 건전성 악화 예방을 명분으로 중금리 대출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인뱅의 중금리 대출 목표에 대한 완화 요청으로 기존 대출목표가 말잔기준 30%에서 평잔기준 30%로 변경되는 등 금융당국의 관련 규제도 완화됐다. 평잔기준으로 전환될 경우 경기호황기에 대출을 늘리고 경기침체기에 대출을 줄이는 이른바 대출의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을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저축은행, 인뱅의 대출 이용이 어려워진 취약차주의 카드론, 중금리 대출에 대한 수요증가는 카드사의 무리한 위험감수와 맞물려 해당 대출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칫 차주의 대출부실이 카드사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한편, 최근 티메프 사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소비자에 대한 카드사의 정산자금 환불을 기대하는 금융당국의 목소리도 존재하는 듯하다. 물론, 이는 지급결제시장의 책임있는 금융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는 취지라고 이해된다.


하지만,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 지속 인하 등 주력 사업에 대해 항상 엄격한 잣대를 토대로 규제를 받아왔던 카드사 입장에서는 해당 목소리가 너무도 야속하고, 부담스러울 것으로 생각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금융정책 기조가 이른바 금융사보다는 유사금융업을 영위하는 IT기반 빅테크·전자금융업체에 대해 규제 완화 및 정책 지원 등 너그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해당 업체들의 혁신금융 서비스의 순기능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금융접근성 제고, 금융거래비용 절감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IT기반 비금융업체의 유사금융서비스는 무조건 지원과 규제 완화의 대상인 혁신금융으로 인식하는 정책 도그마는 이제 그만돼야 할 시점이다. 차라리 책임감 있는 금융사인 카드사의 본업에 대한 적극적 규제 완화를 통해 카드사의 디지털 혁신을 유도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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