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남편의 몽유병 때문에 이혼한 여성이 뒤늦게 양육비 청구가 가능한지 묻는 사연이 소개됐다.
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A씨는 24년 전 몽유병을 겪는 남편과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A씨는 결혼 2년 만에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어느 날 A씨가 잠을 자다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뜨자 몽유병이 생긴 남편이 침대맡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남편의 증상은 점점 악화됐다. 밤마다 집을 돌아다녔고 A씨에게 손찌검까지 했다. 병원에 가서 상담도 받아봤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이혼을 결심했다. 2000년 남편과 협의 이혼을 한 A씨는 24년간 홀로 아이를 키웠다.
A씨는 "문득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2000년부터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인 2012년 11월까지 혼자 키우면서 썼던 양육비를 달라고 법원을 통해 청구했다"며 "너무 늦게 요구한 게 아닐지 걱정된다. 양육비를 받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손은채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이혼한 부부끼리 양육비를 어떻게 분담할 건지 정하지 않았어도 과거 양육비까지 청구할 수 있다"며 "다만 (이혼 시기가)24년 전이라 양육비 액수를 정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12년간의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상대방이 단 1원도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변호사는 "현행 양육비 산정 기준표에 따르면 양육비 최저 금액은 월 30~40만원이고, 12년 치를 계산하면 약 4000~5000만원 정도"라면서 "상대방 경제 사정을 고려해 감액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1년 개정된 민법에 따라 성년의 나이가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춰졌고, 2013년부터 시행됐다"며 "최근 대법원 결정으로 상황이 바뀌어서 앞으론 과거 양육비 청구권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부터 10년의 소멸 시효가 있다"고 했다.
손 변호사는 이런 이유로 A씨의 양육비 청구가 기각된다고 밝혔다. A씨는 자녀가 만 20세가 된 2012년 11월로부터 10년인 2022년 11월 생일 전까지 과거 양육비를 청구했어야 했다.
손 변호사는 "올해는 소멸시효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를 근거로 주장한다면 과거 양육비 청구는 기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