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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슈가까지, 왜 논란 커지나


입력 2024.08.10 07:07 수정 2024.08.10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BTS 슈가. ⓒ 연합뉴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되면서 많은 이들이 충격 받았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은 모범적인 스타의 대명사였을 정도로 구설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에 초청 받고 유엔에서 연설까지 했을 정도로 세계 젊은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존재다. 그런 팀의 일원인 슈가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하니 큰 파장이 인 것이다.


게다가 일이 점점 커지기까지 해서 더욱 충격이다. 처음 소속사에선 “슈가가 6일 밤 음주 상태에서 귀가하던 중 헬멧을 착용한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이용했다. 슈가의 전동 킥보드 사고와 관련해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슈가는 “어젯밤 식사 자리에서 술을 마신 후, 전동 킥보드를 타고 귀가했다. 가까운 거리라는 안이한 생각과 음주 상태에서는 전동 킥보드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도로교통법규를 위반했다”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얼마 전 한사코 음주운전을 숨기려고 했던 김호중과는 달리 슈가는 솔직하게 음주 사실을 인정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후 경찰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슈가가 탔던 건 전동 킥보드가 아닌 전동 스쿠터였다는 것이다. 모든 탈 것에 대해 음주운전을 해선 안 되지만, 킥보드보단 스쿠터의 경우에 죄질이 더 안 좋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전동 스쿠터를 전동 킥보드라고 설명했던 것이 사건 축소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호중의 사건 은폐 시도가 그렇게 큰 비난을 받은 직후에, 비록 은폐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축소를 시도했다면 당연히 비난 가능성이 크다. 연예계 사건은 잘못 그 자체보다 수습과정에서 거짓말이 더 큰 화를 부르는 법이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사안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보다 면밀하게 살피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성급하게 말씀드린 데 대하여 거듭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당사에서는 아티스트가 이용한 제품을 안장이 달린 형태의 킥보드라고 판단해 ‘전동 킥보드’라고 설명드렸다”며 “추가 확인 과정에서 제품의 성능과 사양에 따라 분류가 달라지고, 사고에 대한 책임 범위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됐다”라고 했다.


전동 킥보드라고 오인해 성급히 해명했다는 것이다. 대형 기획사가 기본적인 상황 파악도 못하고, 법적인 판단도 못한 채 이런 중대 사건에 대해 부실 해명했다는 것이 황당하다. 게다가 슈가와 소속사는 이 사건으로 “범칙금과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건 마치 경미한 사건으로 종결됐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이고 전동 킥보드가 아닌 전동 스쿠터이기 때문에 범칙금으로만 끝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슈가가 귀가 조치됐기 때문에 사건이 종결된 것으로 잘못 인지했다고 해명했는데, 이 정도 사안에 이렇게까지 무지하게 대응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왜 ‘범칙금’ 운운했는지 의아한 대목이다.


그래도 여기까진 어느 정도 이해해줄 지점도 있었다. 슈가가 단 제품이 안장이 있고 최고 시속 30km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스쿠터가 맞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오토바이 생김새가 아니라고 한다. 마치 킥보드에 안장만 덧붙인 형태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전동 킥보드는 최고 시속 25km 이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률 지식이 없는 사람에겐 그냥 전동 킥보드라고 오인될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전동 킥보드 해명이 거짓말이 아닌 단순 무지의 소산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닌데, 상황을 더 악화시킨 이야기가 전해졌다. 슈가가 적발 당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잠깐 운전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그때 슈가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227%에 달했다고 많은 매체가 보도했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08% 이상 0.2% 미만인 경우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1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2% 이상인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0.2% 이상이면 가중 처벌이 될 정도로 죄가 무겁다는 이야기다.


그런 법률적인 부분과 별개로 이 알코올 수치가 “맥주 한 잔” 마셨다는 말과 배치된다는 게 문제다. 이러면 거짓말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슈가가 정말 그렇게 진술했는지, 그랬다면 왜 그렇게 말했는지, 그 말은 사실인지, 이런 부분들이 밝혀져야 한다. 김호중도 소주를 조금 마셨다고 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었다.


또, 소속사에선 슈가가 “500m 정도 이동”했다고 해명했는데 이 거리는 인도 기준이고, 사실은 차도로 1km 넘게 이동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이게 정말이면 역시 또 축소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서 이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얼마 전 김호중 사건은 간단히 마무리될 사안이었는데 은폐 시도 때문에 엄청난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장기간 이어졌다. 이번 슈가 사건도 매우 간단한 사건인데 생각지도 않게 진실공방의 조짐이 보인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논란이 커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이고 수많은 이들의 롤 모델이 될 정도로 영향력도 크다. 이제부터라도 진실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그나마 논란을 최소화할 길일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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