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타스만'으로 노조 달랜 기아, 임단협 찬반투표 산 넘을까


입력 2024.09.10 10:48 수정 2024.09.10 10:4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차량 평생할인' 요구 '트럭 할인혜택 확대'로 절충

현대차에 없는 픽업트럭 할인으로 상대적 박탈감 완화

12일 찬반투표…퇴직 앞둔 장기근속 조합원 '표심' 관건

'2024 부산 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기아 픽업트럭 '타스만'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기아 노사가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 돌입 2개월여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마지막 관문인 조합원 찬반투표만 통과하면 4년 연속 무분규 타결 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장기근속 퇴직자 차량 평생할인 복원’ 여부를 놓고 맞서던 노사가 ‘할인 대상에 픽업트럭 포함’으로 절충점을 찾은 가운데, 장기근속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해 찬성표를 던질지 관심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가 전날 도출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서 임금성 부분은 앞서 교섭을 타결한 현대자동차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기본급 월 11만2000원 인상(호봉승급 포함), 경영성과금 300%+1000만원, 기아 창립 80주년 기념 격려금 100%+280만원, 최대실적 기념 특별성과격려금 100%+50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이다. 여기에, 무분규로 합의를 이끈 노사 공동노력에 대해 무상주 57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 7월 9일 기본급 11만2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400%+1000만원, 2년 연속 최대 경영실적 달성 기념 별도 격려금 100%+280만원 지급,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임금교섭 타결 관련 별도 합의 주식 5주, 글로벌 누적판매 1억대 달성 기념 품질향상 격려금 500만원+주식 20주(9월 지급)의 조건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같은 달 12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타결했다.


두 회사 모두 일시금 총액은 500%+1800만원으로 동일하다. 주식 지급은 현대차가 25주, 기아가 57주지만 두 회사 주가를 감안하면 총액은 사실상 차이가 없다. 9일 종가를 반영하면 현대차 주식(22만9500원) 25주의 가격은 573만7500원, 기아 주식(10만800원) 57주의 가격은 574만5600원이다.


임금성만 놓고 보면 같은 결론을 놓고 현대차 타결 후에도 두 달이나 더 시간을 끈 기아가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한 것처럼 보인다.


쟁점은 '임금성' 아닌 '차량 평생할인'

하지만 노사간 힘겨루기는 임금성보다 단협 조항을 두고 더 치열했다. 2년 전 폐지된 이른바 ‘평생사원증’ 복원을 요구한 노조와 이를 거부한 사측의 대립이 두 달간 이어진 것이다.


기아는 2022년까지만 해도 현직 직원 뿐 아니라 장기근속 퇴직자에 대해서도 2년에 한 번씩 최대 30%의 차량 할인을 평생 보장해주는 복지제도를 운영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직원 평생할인이 소비자 구매부담을 높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회사 입장에서도 3만여명의 직원에 더해 수만명의 퇴직자까지 계속해서 할인혜택을 챙기느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2022년 임단협에서 사측이 폐지를 요청했다.


노사간 줄다리기 끝에 차량 할인혜택을 기존 2년 주기에서 3년 주기로 바꾸고 평생 할인에서 75세까지 할인으로 축소하며, 할인율도 기존 최대 30%에서 2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대신 기존 할인혜택에서 제외됐던 전기차 할인을 2025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문제는 형제 회사인 현대차는 기아의 단협 조정 이후에도 퇴직자 차량 평생할인 제도를 유지한 것이다. 당시 기아 노조 집행부는 큰 반대급부 없이 퇴직자 복지혜택을 빼앗겼다며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말 새로 들어선 현 노조 집행부는 이전 집행부가 내준 ‘평생사원증’을 되찾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 임단협에서 이 부분이 최대 쟁점이 된 이유다.


사측으로서는 가까스로 벗어난 차량 평생할인의 부담을 다시 짊어질 이유가 없기에 노사간 대립이 길어졌다.


기아 노사가 2023년 7월 6일 경기도 광명시 오토랜드 광명에서 2023 임금협상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기아

결국 올해 교섭에서 노사가 찾은 절충점은 ‘트럭 할인혜택 확대’였다. 트럭에는 레저용 차량으로 많이 활용되는 픽업트럭도 포함된다. 기아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픽업트럭 ‘타스만’도 직원 및 장기근속 퇴직자 할인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공장에서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픽업트럭이 없다. 기아 전현직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는 픽업트럭 할인 혜택을 추가함으로써 그동안 기아 노조 조합원들이 가졌던 상대적 박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장기근속자가 기존 퇴직 1년 전부터 적용받았던 1t 트럭(봉고3) 할인혜택도 2년 전부터로 확대키로 했다. 퇴직 후 자영업 등을 준비하는 근로자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아 사측은 노조의 생산직 신규 채용 요구를 수용해 2025년까지 신입사원 500명을 뽑기로 했다. 전문기술직이 포함되지 않는 순수 생산직 신규 채용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노조가 요구했던 정년연장은 수용하지 않은 대신 베테랑(퇴직자 단기계약직 재고용) 2년차에 임금 인상액을 반영키로 하며 절충점을 찾았다.


그밖에 라인수당, 서비스수당, 판매수당 등 각종 수당을 인상하거나 신설하고, 경조휴가, 명절 귀향비, 건강진단비 등 복지혜택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하임봉 노조 지부장 "최대 기본급 인상과 성과금, 복지 쟁취" 조합원 지지 당부

노조는 이번에 마련된 잠정합의안을 놓고 오는 1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 집행부와 대립하는 노조 내 일부 계파를 중심으로 부결 여론 조성이 예상되지만, 실리를 중시하는 젊은 조합원들은 교섭을 더 길게 끌어 봐야 임금성에서 현대차와 동일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퇴직을 앞둔 장기근속 조합원들로, 이들이 ‘차량 평생할인’ 대신 ‘트럭 할인혜택 확대’를 절충안으로 받아든 집행부의 판단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교섭의 최종 타결 여부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하임봉 금속노조 지아차지부장은 이날 쟁대위특보를 통해 “역대 최고의 기본급 인상과 성과금, 그리고 조합원 동지들이 만들어낸 역대 최대 성과에 대한 특별성과금을 당당하게 쟁취했다. 신규 채용과 단협 개정을 통해 각종 복지혜택을 추가하고 개선했다”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후속 협의를 통해 점검하고 보완하겠다. 조합원 동지들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