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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면죄부’로 지상파 복귀한 학폭 연예인…대중도 공감할 수 있을까 [D:이슈]


입력 2024.09.10 15:14 수정 2024.09.10 15:1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학폭(학교폭력)을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박경이 그룹 블락비의 멤버로 방송에 복귀했다. 앞서 마약 투약 혐의로 자숙 중이던 남태현이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생활고를 호소하거나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사석에서 음주운전 등의 혐의를 받는 강인을 감싸 안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상파에서 공식적으로 복귀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KBS2

박경은 지난 6일 KBS2 음악방송 ‘지코의 아티스트’ 마지막회에 출연했다. 게스트로 MC인 지코가 속한 블락비 멤버들이 무대를 꾸몄는데, 여기에 박경도 함께 했다. 지난 2020년 학폭을 인정하고 자숙에 들어간 이후 첫 방송 출연이다. 사실상 지코가 MC가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조차 얻기 쉽지 않았을 상황이다.


박경은 이날 “블락비란 이름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좋다. 오늘의 무대가 너무나 감사하다”며 “과분한 무대라 생각하며 준비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우리 멤버들, 품어줘서 고맙다. 앞으로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며 그간의 심경을 전했다. 더해 멤버들의 입을 통해 완전체 컴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과거 ‘무릎팍도사’ ‘힐링캠프’ 등의 토크 프로그램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감싸고, 해명의 장을 마련해주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은 결국 ‘문제적 연예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오명을 쓴 채 종영했다.


해당 프로그램들이 대중에게 비판을 산 이유는 분명하다. 연예인들의 경우, 본인의 잘못으로 활동이 불가하게 됐다가 다시금 복귀할 때 사회는 그들이 충분히 반성을 했는지, 대중의 용서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대중이 용서할 준비가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지상파에서 감싸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블락비 멤버들이 박경을 품은 것과 달리, 일부 팬들이 그에 대한 용서를 망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학폭은 결코 단순한 사과로 해결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만큼, 그의 공식적인 복귀 선언에 대중의 반응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수밖에 없다. 박경에게 제기됐던 주장들은 ‘약한 친구들의 돈과 소지품을 뺐었다’ ‘장애가 있는 친구, 후배들을 때렸고, 동급생 중에서도 체구가 작거나 약해 보이는 친구들만 골라서 때렸다’ ‘학교 근처 여학생을 성희롱하는 발언을 했다’ 등이다.


박경은 당시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아픔이 일부 해소됐을 순 있다. 하지만 박경이 사과문을 통해 “저에게 상처받으신 분들에게 절대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라는 것, 그 상처들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피해자들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기억과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더구나 최근 학폭 의혹을 받던 연예인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여론은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박경도 멤버를 등에 업고 지상파 복귀 무대를 치르기까지 적잖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그치지 않고 박경은 자신에게 따라붙는 ‘학폭’ 꼬리표를 감내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할 용기도 가져야 한다. 누군가의 힘에 기댄 그의 지상파 복귀가 또 다른 논란의 연예인에게 ‘복귀도 별 거 아니네’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길 바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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