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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직원의 공탁금 48억 횡령, 아무도 몰랐다…정기 외부 회계감사 필요 [디케의 눈물 314]


입력 2024.10.26 05:47 수정 2024.10.26 05:47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법원 직원, 2022년부터 53차례 걸쳐 공탁금 48억 횡령해 개인 채무 변제…1심 징역 13년

법조계 "피해액 상당하고 공무원으로서 법원 신뢰 훼손…징역 13년, 국민 기대치보다 낮아"

"장기간 공공연하게 횡령 했는데 제때 적발 못해…공탁금 관리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것"

"외부 회계감사 정기적으로 받고 법원장 허가받아 출급 관리 필요…이중 삼중 엄격 관리체계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부산지법 한 직원이 53차례 걸쳐 공탁금 48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가운데 공탁 관리체계가 지나치게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장기간 벌어진 직원의 횡령을 제때 적발하지 못했다면 관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자체적 관리 뿐만 아니라 외부 회계감사를 정기적으로 받고 출급 관리를 법원장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이중 삼중 엄격한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는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횡령)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0대)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1심 구형과 같이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법에 심판에 대한 변명의 여지는 없지만 징역 13년은 너무나 긴 시간"이라면서 "항소심에서는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라 감형 요소가 있는지 한 번 면밀히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자백한 점과 이 사건 이전에 처벌 전력이 없는 점, 약 5억원 정도가 피해 회복을 위해 사용된 점 등을 감경 요소에 참작해 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지법 종합민원실 공탁계에서 근무했던 A씨는 2022년 11월부터 53차례에 걸쳐 전산을 조작해 공탁금 48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탁은 법령에 따라 공탁소에 금전, 유가증권 및 물건 등을 맡김으로써 일정한 법률적 효과를 얻는 제도이다. A씨는 횡령한 공탁금 48억원 중 37억원을 손실 위험성이 높은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5억원은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또 2019~2020년 울산지법에서 경매계 참여관으로 근무할 당시 6건의 경매 사건에서 7억8000만원을 부정 출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산지법은 지난 2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A씨를 파면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A씨는 공탁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중 그 직무 수행의 기회를 이용해 매우 전문적인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타 부서로 전보돼 더 이상 공탁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 않게 됐음에도 오히려 더 대담해진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등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하며 A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피해금액이 상당하고, 장기간 범행 했으며, 이득금액도 채무 변제와 투자 등을 위해 사용한 점, 법원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오랜 기간 범행해 법원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 피해회복이 온전히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1심의 징역 13년도 일반 국민의 기대치보다 낮게 처분된 것 같다"며 "53차례나 장기간 공공연하게 횡령했는데 제때 적발하지 못했다면 관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공탁금이 들어가 있는 계좌와의 일체 여부를 상시적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저런 일을 꿈꿀 수 없었을 것이다"며 "공탁 등 현금을 다루는 부서의 경우 자체 관리에만 맡기지 말고 외부 회계감사 부서의 감사를 정기적으로 받거나 공탁금 출급 관리를 법원장 등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다른 부서의 크로스 점검을 받도록 하는 등 엄격한 관리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판사 출신 신혜성 변호사(법무법인 존재)는 "횡령 액수, 행위 태양, 피해 회복 정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초범인 횡령 혐의 피고인에게 징역 13년이 선고되는 것은 드문 케이스이다"며 "다만, 일반 횡령 범죄와 달리 법원 공무원이 내부에서 대범하게 횡령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분노가 어느 정도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탁 뒤에 공탁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때 자신이 피공탁자라고 주장하며 돈을 인출해가는 사례도 과거에 있었다. 이후 법원에서 공탁 보관금에 대한 관리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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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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