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불매 운동 불씨 키운 안일한 대처
전과는 달라진 태도 필요
팬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조건적인 응원은 지양하고, 더 엄격한 시선으로 대상을 평가하며 깊은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 비판은 기본, 잘못된 일을 향해선 불매 운동까지 서슴지 않는 팬들의 달라진 태도는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기도 한다. 다만 팬덤의 커진 영향력이 때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없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최근 여성혐오적 요소가 담긴 웹툰이 공모전 심사를 통과해 해당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을 향한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문제가 된 작품은 ‘이세계 퐁퐁남’으로, 주인공 박동수는 스스로를 ‘퐁퐁남’이라고 칭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해당 표현은 문란했던 여성과 결혼한 남성을, 설거지하는 처지라고 칭하는 말로, 미혼 여성의 성 경험을 ‘더럽다’고 치부하는 ‘혐오 표현’으로 지적돼 왔었다.
또한 주인공이 아내의 모함으로 가정폭력범으로 몰리는데, 이때 경찰은 합리적인 접근 대신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기는 등 남성을 마치 사회에서 불합리한 취급을 받는 존재로 표현해 ‘여성혐오 작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작품이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해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네이버웹툰은 지난 16일 엑스 공식 계정으로 웹툰 ‘소꿉친구 콤플렉스’를 홍보하며 “소꿉친구 컴플렉스 불매합니다. 불티나게 매입하기, 불처럼 뜨겁게 매입하기”라는 문구를 사용해 불매 운동을 조롱했다는 실망감까지 유발했다.
비난에 대한 답변 대신, ‘밈’으로 이를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네이버웹툰을 향한 불매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작가들 또한 나서 네이버웹툰을 향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웹툰 작가 연합’ 226명은 11월 5일까지 사과와 해명을 내놓으라고 말했었다.
결국 일일 이용자 수(DAU)까지 급감했다. 1일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25일 네이버웹툰 일간 활성사용자 수(DAU)는 420만 4488명으로 나타났다. ‘이세계 퐁퐁남’의 여성 혐오 논란이 일기 전인 지난달 4일 460만 9885명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약 8.8%(40만 5397명)가 줄어든 수치인데, 특히 20대 이하 여성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네이버웹툰에서 화폐로 사용되는 ‘쿠키’ 환불과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또흔 굿즈 판매에 대한 예약 취소까지. 불매가 폭넓게 이뤄지고 있어 네이버웹툰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는 아이돌 그룹 라이즈가 사생활 논란으로 팀 활동에서 잠시 빠졌던 승한을 갑자기 합류시켜 팬들의 항의를 받았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팬들은 ‘행동’에 돌입했다. 단순히 항의의 뜻을 표하는 것을 넘어, 소속사 앞으로 근조 화한을 보내고, 라이즈가 모델로 활동 중인 기업 측으로 시위 트럭을 보내는 등 불매 방법에도 변화를 주며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결국 승한은 합류를 취소하고, 라이즈에서 탈퇴하며 팬덤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팬덤이 ‘적극적으로’ 변한 것은 이미 수년째이지만, 최근에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더욱 영리한 방식을 고민하며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에 네이버플랫폼처럼 안일하게 대처하게 되면, 팬들의 더욱 큰 분노를 불러일으키곤 하는 것이다.
창작자 또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팬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이번 논란으로 과거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작들도 다시 소환되며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물론 팬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시선도 없지 않다. 팬덤의 적극성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반복되는 사례 속 때로는 마녀사냥식 불매 운동으로 엉뚱한 피해자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팬덤의 역량 또한 중요해진 현재, 모두에게 책임감이 필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