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尹, 역정내면서 공천 얘기"…포항·강서 언급
與 내부선 "명태균 의혹 시선 분산시키려는 목적"
"李 캐릭터 볼 때 누가 뭐라 한다고 흔들릴 사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대통령 공천개입'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대표였던 자신에게 경북 포항시장과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등에서 특정인의 공천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천 개입 의혹'이 터진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에 이 의원이 뒤늦게 나섰다는 점은 많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준석 의원은 15일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 지역 공천의 대통령 개입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인이 내게 역정을 내면서 얘기하는 건 이례적이었다"며 "추가적으로 들어보니 특정 인사가 김건희 여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포항 바닥에서 본인이 공천을 받을 거라고 하고 다닌다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날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정재 국민의힘 경상북도위원장이 김 여사 뜻이라며 현 포항시장인 이강덕 예비후보를 공천배제(컷오프)하려 하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당대표였던 이 의원이 김 여사를 직접 찾아갔다.
당시 경북도당은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경쟁력 조사를 실시했는데, 도내에서 젊은 층이 많이 살고 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포항과 구미의 현직 지자체장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컷오프 대상이 됐다. 이에 이 의원은 컷오프 방식을 납득하지 않고 중앙당에서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이 의원은 "당시 윤 대통령이 '이게 원래 공천이라는 게 당협위원장하고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는데 내가 '아니다. 이건 잘못했으니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강덕 예비후보는 경선 기회를 얻었고 공천을 받아 포항시장에 당선됐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당시 서울 강서구청장 공천에도 윤 대통령이 김태우 전 구청장 공천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서구 당협위원장 셋이 (김태우 공천에) 다 반대하는데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그 사람들은 맨날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지면 민주당을 돕는 일 아니냐"라고 했다고 이 의원은 말했다.
그는 "포항은 당협위원장·도당위원장 말 들어서 공천하라고 하고, 강서구는 '그 사람들 이상하니 민주당 좋은 일 하면 안 된다'고 김태우를 (공천)하라고 했다"며 "원칙이 아니라 되는 대로 말하는구나, 사람을 보고 인별로 구체적으로 개입하는구나"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파문이 불거진 지 두 달여가 지난 이 시점에 '폭로전'에 뛰어든 건, 당시 당대표였던 이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임박했기 때문이라는 전망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명 씨의 공천 개입에 이 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미래한국연구소의 PC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 취임 하루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이 의원이 "윤석열 당선인이 김영선은 경선을 해야 한다더라"고 명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명 씨가 "전략공천인 것으로 안다. 확인해보겠다"고 답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명 씨 측 변호인은 지난 12일 SNS에 "이 때문에 당시 김영선 전 의원 예비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있던 명 씨가 당일 오전 10시쯤 윤 대통령과 통화를 해서 (김 전 의원의 공천 여부를) 확인한 것이고, 해당 통화 녹음이 바로 더불어민주당이 폭로한 녹음"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 의원의 행보에 당혹스러움과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장 이 의원의 당대표 시절 청년최고위원을 했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14일 MBC라디오에서 "명 씨 의혹에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또 다른 이 의원께서 말씀하셨던 것 같다"라며 "사실 여부를 떠나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기술적인 표현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황스러웠던 게 나도 당시에 최고위원을 했지만 2022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에 당시 대표께서 우리 공천은 이기는 공천을 했었고 또 공정한 공천을 했었다고 여러 차례 말씀을 했었다"라며 "그리고 그 당시에 정진석 공관위원장이셨고 두 분이 손을 맞잡고 환호하는 모습들을 국민들께 많이 보여주셨는데 갑자기 이제 와서 그런 말씀들 하니까 솔직히 당황스럽다"라고 했다.
이철규 의원도 지난 15일 MBC라디오에서 "생뚱맞게 갑자기 왜 김영선 얘기에선 발을 빼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이준석 대표에게 그런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되돌아보면 답은 명약관화해진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준석 대표의 캐릭터를 볼 때 누가 뭐라 한다고 흔들릴 사람이냐"라고 강조했다.
조정훈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에서 "그때 당대표가 이 의원이었으니까. 나는 이 사람을 공천하려고 했는데 이것 때문에 공천을 바꿨냐, 아니면 나는 이 사람을 공천하려고 했는데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그대로 결정을 했냐, 이런 여러 가지 것들까지 다 점검한 후에 이게 굉장히 위중한 주장이다. 공천개입이라는 건"이라며 "그냥 카더라로 할 수 있는 결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이 의원이 명 씨 말을 듣고 김 전 의원 공천을 밀어붙인 걸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 아니냐. 이 의원 입장에서는 물타기를 위해 계속 딴 공천 (개입 의혹)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