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남학생에 "수련회서 여성 방 써라"…인권위 "차별행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는 고등학생에게 "수련회에서 여학생 방을 써야 한다"고 한 학교가 차별 행위를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인권위는 서울시교육감 등에게 "성소수자 학생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다양성이 보장되는 포용적인 교육 정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서울 한 고등학생 A 씨는 지난해 2박 3일 수련회 참석 전 담임 교사에게 "스스로 남성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남학생 방을 이용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A 씨는 학교로부터 "법적 성별인 여학생 방을 쓰지 않으면 수련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거절당해 수련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에 A 씨는 "이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A 씨의 법적 성별이 남성으로 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학생 방을 사용할 경우 다른 학생 등의 성적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점, A 씨가 차선책으로 요구한 독방은 다른 학생들에게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점, A 씨의 부모도 수련회 참가를 원하지 않은 점 등 학교와 학부모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청과 교육부에 여러 차례 상황을 전달하고 지침을 문의했으나, 구체적인 답변 대신 '법 테두리 내에서 사안을 처리하라'는 답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성소수자 학생도 수련회 같은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이자 소속감과 학업 성취를 높이기 위한 교육 활동에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학교 측이 법적 성별만을 근거로 차별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이 A 씨가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하도록 사실상 강제함으로써 A 씨는 교육활동에서 균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설령 참여한다고 해도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숨기거나 부인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며 "개인의 자아 발달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봤다.

다만 "구체적인 지침이 미비한 상황에서 학교 측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해당 시 교육감에 다양성이 보장되고 포용적인 교육활동 정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