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첫 연출 도전
“중환자실 롱테이크는 의도, 좋아해 주셔서 뿌듯했다.”
‘조명가게’는 배우 김희원의 첫 번째 연출작이다. 과거 연극을 제작한 경험이 있으며, 최근 단편영화 연출을 준비하기는 했지만 디즈니플러스의 대작을 첫 번째 연출작으로 선택하는 것은 그에게도 부담이 큰 일이었다. 호러물의 문법에, 휴먼 드라마의 감동을 녹여내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긴 고민 끝에 연출 제안을 수락한 이후에는, 잘 듣고 받아들이는 ‘기본’에 충실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 데 성공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강풀 작가의 웹툰이 원작으로, 그가 직접 각본을 써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살렸다.
‘조명가게’의 미스터리함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점차 베일을 벗는 손님들의 사연이 뭉클함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원작 팬들은 물론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약 한 달간의 고민 끝에 첫 연출작으로 ‘조명가게’를 선택한 김희원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배우로 인터뷰할 때와는 너무 다르다”라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현장에서도 “몇 개월 동안 눈치를 엄청 봤다”고 말할 만큼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다.
“감독들은 ‘이게 맞다’, ‘저게 맞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에게서 ‘이제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 느낌이 다르더라. 나는 ‘저 사람이 스스로 뭔가를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했다. 내 아이디어론 한계가 있다. (배우, 스태프들이) 잘해주기를 바라며 눈치를 본 것 같다.”
연출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망설여졌지만, ‘조명가게’의 매력을 잘 전달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호러물과 휴먼 드라마를 오가며 ‘조명가게’만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인 만큼, 균형감 있게 서사를 전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김희원은 ‘작품의 힘’을 믿고 연출에 도전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어렵기도 했다. 다른 여러 감독들도 선뜻 선택을 못했다고 하더라.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쉽지 않은 주제였다. 시청자들이 부담을 느껴 안 볼 수도 있는 소재일 것 같았다. ‘망하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한 다음에 선택했다. 요즘엔 이런 이야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빨리, 빨리 넘어가는 것이 대세지 않나. 이런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더라. 남들이 안 하는 걸 해야 재밌을 것 같았다.”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나갔다. 배우로 연기를 할 때도 늘 질문하는 배우였다는 김희원은 자신이 생각하는 ‘조명가게’와 강풀 작가의 ‘소신’을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묻고, 또 들으며 함께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강풀 작가님도 (‘무빙’ 때와는) 달랐다. 최일환 역할을 할 때는 ‘이게 뭐냐, 난 별로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러면서 바꾸기도 했었다. 그런데 연출로 대화를 할 땐 ‘이걸 어떻게 해야 더 좋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로서 꼭 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 않나. 그게 나의 생각과 다를 때도 있는데, 그러면 그걸 어떻게 잘 해결해 나갈지 고민했다. 저는 연기자다 보니 대사를 보며 ‘이게 좀 더 (감정이) 와야 할 것 같은데’라는 류의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의도에 맞게 바꾸기 위한 대화도 했다.”
배우 출신 감독으로, 배우들에겐 친절하고, 또 감사한 감독이었다. 직접 연기까지 선보이며 솔선수범한 김희원을 향한 배우들의 감사도 이어졌었다. 김희원은 “내가 필요해서 한 일”이라며 배우 출신 감독의 이점을 설명했다.
“연기를 미리 해본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배우들을 위한 것도 있지만, 카메라에 어떻게 잘 잡히면서 배우가 감정을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내가 직접 해보면서 콘티를 짜는 게 좋더라. 그게 거의 (내가 하는 일의) 메인이었다. 현장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상을 해야지만 구도를 잡을 수 있었다.”
처음 한 도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감사했다. 특히 내가 의도한 바가 시청자들에게 잘 닿았을 때 뿌듯했다. ‘기본에 충실하자’, ‘많이 받아들이면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부족한 자신감을 채워나간 김희원은 생각지 못한 호평에 감사를 표했다.
“중환자실 롱테이크 장면은 의도한 것이 (극 중 중환자는) 의식 불명이지 않나. 곰곰이 생각한 것이 ‘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의지가 있냐’라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를 보다가 느낀 건 ‘우리가 볼 때 의식이 없는 거고, 저 사람들은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생사의 경계에 선 치열한 사람들을 보여주고, 그냥 누워있는 환자처럼 보이는 관점을 동시에 담으면 이질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되게 좋아해 주셔서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