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Q 말 1조1746억원…전년比 24.4%↑
고금리·고물가에 부동산PF까지 악재 ‘설상가상’
서민 현금 여력 하락…리스크 관리 주력 필요 지적도
국내 보험사들이 빌려준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2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현금 여력이 줄고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부실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22곳과 손해보험사 17곳의 대출 연체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746억원으로 전년 동기(9440억원) 대비 24.4% 늘어났다. 액수로 따지면 2306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보험사별로 보면 메리츠화재 연체금액이 419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롯데손해보험 1176억원 ▲흥국화재 1143억원 ▲삼성생명 1129억원 ▲한화생명 887억원 ▲동양생명 525억원 ▲교보생명 496억원 ▲삼성화재 427억원 ▲DB손해보험 420억원 ▲흥국생명 308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체율도 보험사마다 희비가 갈렸다. 롯데손보의 경우, 연체율이 6.38%를 기록하며 생·손보사 통틀어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흥국화재가 5.12%, 메리츠화재가 2.92%를 각각 기록했다. 그 외 보험사들은 1.0% 미만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대출 연체액이 쌓이고 있는 배경에는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70%로 전분기(1.50%)보다 0.20%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셈이다.
또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도 커진 데 따른 영향도 작용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보험업계의 부동산PF 유의·부실우려 규모는 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상호금융 10조9000억원 ▲저축은행 4조4000억원 ▲증권사 3조80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 2조7000억원보다 적지만 은행(4000억원)보다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보험사들의 연체액이 늘어날 거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상환 여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그동안 보험사들도 취급했던 가계대출 규모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연체액도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보험사들도 은행처럼 연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은 연체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