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도입·이사 수 상한 가결
영풍·MBK, 법적 대응 예고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영풍 의결권을 무력화하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상호주 제한’ 카드로 영풍 의결권을 제한하면서 주총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19명 제한’ 의안 모두 가결시켰다.
이에 영풍·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을 우롱하는 최윤범 회장 최악의 꼼수”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1-1호)’이 출석 주식수의 76.4% 찬성률로, ‘이사 수 상한을 두는 정관 변경의 안(1-2호)’은 73.2%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주총에는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참석했다. 다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참석하지 않고 대신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 임시 주총을 진행한다.
집중투표제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가족회사인 유미개발의 제안으로, 이사 수 상한 설정도 고려아연 측의 제안으로 상정됐다. 영풍·MBK 측의 추천 이사 후보들의 이사회 진입을 최대한 막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당초 이번 임시 주총 결과는 고려아연 지분율에서 우세했던 영풍·MBK의 승리가 예상됐으나 전날 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무력화 시도로 결과가 반전됐다.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전날 영풍 지분 10.3%를 취득하며 상호출자 구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영풍이 들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약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기존 46.7%에서 18%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에 대해 영풍·MBK는 SMC가 외국기업이며 유한회사이기 때문에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적용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영풍 대리인 이성훈 KL파트너스 변호사는 주주발언을 통해 “어제 오후 8시 이후 전자투표가 마감되고 주주로서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지위에 있는 상황”이라며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한 기분을 금할 수가 없고 강도를 당한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법률상 근거가 있는 얘기도 아니다”며 “상법 369조3항 얘기하시는데 상법은 외국 회사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결권 제한에 대한 법원 판결 뒤 진행하자며 “주총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을 위한 표결을 진행했지만 영풍 의결권이 이미 제한돼 해당 요청은 효력이 없다고 보고 철회했다.
MBK가 주총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도 할 것이라 예고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일 부회장은 임시 주총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결과에 따른 법적 대응 가능성에 대해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MBK 측 대리인도 주총 현장에서 "너무나도 부당한 해석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최대 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매우 위법하고 현저히 불공정한 행위 등에 대해 반드시 책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개회 예정이었으나 오후 4시쯤이 돼서야 본격적인 안건 논의가 시작돼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임시 주총은 고려아연이 위탁 업체를 통해 위임장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중복 위임장이 발생해 현장에서 다시 주주 의사를 확인하느라 지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