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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성향에 권위 무너진 헌법재판소


입력 2025.02.05 09:00 수정 2025.02.05 09:00        데스크 (desk@dailian.co.kr)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선고 연기…헌재 권위 스스로 붕괴

헌법재판소를 믿는지 여부…국민의힘 ‘불신’ 55%, 민주당 ‘신뢰’ 80%

헌재 빅데이터 반응…‘범죄’·‘우려’·‘논란’·‘혐의’·‘체포’·‘비판’·‘부정선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의 입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탄핵 정국에 헌법재판소가 대혼란이다. 헌법재판소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약속한 일정마저 지키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권한쟁의·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헌법재판소는 3일 당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가 급하게 서두르다 ‘청구인 적격’ 문제를 빠뜨리고, ‘여야 합의’ 등 핵심 쟁점을 제대로 짚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하겠다고 밝히기 전부터 지적되었던 문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권한쟁의를 청구하면서,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던 부분이 쟁점이다. 최 권한대행 측에서 “우 의장의 단독 심판 청구는 부적법해 각하해야 한다”는 서면을 헌재에 제출했다. 청구인을 ‘대한민국 국회’로 하면서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은 청구인 자격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민감한 법적 사항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대목은 중대한 귀책 사안이다. 오해나 의심을 사기 십상이다.


헌법재판소는 법의 가치와 시민의 권리 사이에서 유권 해석을 내놓는 최고의 사법기관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탄핵 정국 현실은 일반적인 상황과 다르게 인식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 측은 지난 1일 “재판부의 권위와 재판이 공정하다는 신뢰는 내부에서 문제없다고 강변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정계선·이미선 재판관에 대해 회피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3명의 헌법재판관에 대해 이념적 성향, 그동안의 처신 그리고 가족 관계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라는 시민단체는 3일 윤석열 대통령 측이 지목하는 문형배·이미선·정계선 헌법재판관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서민위는 고발한 헌법재판관들을 법원 내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적시하며 “이 재판관의 친동생 이상희 변호사는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윤 대통령 탄핵의 선봉장 역할을 한다”라며 “이해충돌방지법 등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정계선 재판관에 대해서도 “남편 황필규 변호사는 탄핵소추대리인단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 소추 판단에 중대 영향을 미칠 것이 상당하므로 이해충돌방지법 등에 해당”하므로 부적합한 자격임을 부각했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 여론마저 나누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월 7~9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4명, 무선 가상번호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6.3%.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국가 기관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물어보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이뤄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물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신뢰한다’는 의견이 57%,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31%로 나왔다. 전반적으로 신뢰 의견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지지층별로 분석하면 확연히 다르다. 민주당 지지층은 헌법재판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80%로 압도적이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은 절반 이상인 55%가 헌법재판소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시점이 1월 초였으므로 최근 진영 간 인식을 감안하면 불신 여론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헌법재판소에 대해 어떤 평가하고 있을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3일까지 ‘헌법재판소’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범죄’, ‘우려’, ‘논란’, ‘혐의’, ‘체포’, ‘비판’, ‘부정선거’, ‘의혹’, ‘폭동’, ‘획일적’, ‘혼란’, ‘위기’, ‘부정하다’, ‘거부하다’, ‘노골적’, ‘궤변’, ‘증거인멸’, ‘위반’, ‘문제삼다’, ‘합리적’, ‘불법적’, ‘공정하다’, ‘위법’, ‘걱정’, ‘일방적’, ‘불복하다’, ‘잘못되다’, ‘우려하다’ 등으로 나타났다(그림).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놓고 보면 현시점에 헌법재판소에 대한 인식은 법의 공정한 해석 기관이라기보다 이념적 잣대로 평가되는 기관이 되어 버렸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논란에 대해 ‘무책임한 음모론 선동 정치를 중단하라’라며 촉구하고 나섰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헌법재판관 8명 중에서 기각 대 인용이 각각 4명씩 나누어지고 난 이후 이념 논쟁은 더욱 불을 뿜고 있다.


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 최 권한대행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 움직임까지 있는 상황이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진영 간 골의 깊이가 500미터 정도였다면 지금의 진영 간 골의 깊이는 5만 미터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은 당분간 거두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반 여부, 정치적 이념 성향이 무엇인지에 따라 헌법재판소를 바라보는 시각은 법치주의에 근거하기보다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며 더 쪼개질 것으로 우려된다. 무섭다.


이런 때일수록 정치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헌법재판소 스스로 의심과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소장·정치컨설턴트(mikeb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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