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악성 미분양 2만1480가구…대구, 전남, 경북 순
상반기 CR리츠 본격 도입, 국토부 “건설업계 관심 많아”
주택 매입가격 협상 ‘진통’…CR리츠 vs 미분양 사업자 ‘줄다리기’
“지방 미분양 해소 타이밍 놓쳐…지금이라도 세제·금융혜택 마련해야”
전국적으로 쌓여가는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돌파구 찾기가 시급해졌다.
특히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 물량이 2만가구 넘게 쌓이자 정부에서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상반기 출시하기로 했으나, 실효성엔 여전히 의문이 크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173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7만4037가구)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미분양 주택은 11월(6만5146가구) 이후 한 달 새 7.7%(5027가구) 증가했다.
이중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1480가구로 한 달 동안 15.2%(2836가구)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2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7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지역별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방에 80.2%(1만7229가구)가 몰렸다. 대구(2674가구)와 전남(2450가구), 경북(2237가구) 등 지역에 텅 빈 집들이 넘쳐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집계되지 않는 미분양 주택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건설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분양가가 체감될 정도로 오르지 않았나. 집값은 떨어지고 분양가가 오르면서 미분양 주택도 쌓이고 있다”며 “특히 지방은 미분양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중소 건설사들은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상반기 중 CR리츠를 출시해 운영할 계획이다.
CR리츠는 시행사와 시공사, 금융권 등 재무적투자자(FI)가 출자해 설립한 리츠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운영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을 때 매각하며 수익을 얻는 구조다.
정부는 투자 유인책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모기지 보증을 발급해주기로 하고 보증 한도를 감정가의 60%에서 70%로 상향한 바 있다. 이를 통해 CR리츠는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CR리츠 설립 전 HUG에서 모기지 보증 관련 감정평가를 해주는 사전협의제를 도입한 뒤, 지난달 3일자 기준으로 15곳, 3700여가구에 대한 신청이 접수됐다”며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CR리츠로 미분양 주택을 넘기려는 움직임도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택 매입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KB부동산신탁과 제이비자산운용이 CR리츠를 설립하고 영업등록을 신청했지만 등록 허가는 요원한 상태다.
KB부동산신탁과 제이비자산운용 CR리츠는 각각 전남 광양의 아파트 497가구와 500여가구를 매입하기로 했으나, 미분양 사업장을 보유한 사업자와 매입 가격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에서 가격 협상을 한 뒤 CR리츠를 등록 허가하는 것이라서 개입이 어렵다”며 “미분양 사업자는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고 CR리츠는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매입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입 가격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아직 가격 협상을 한다는 것은 미분양 사업자가 버틸 여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CR리츠의 효과를 보려면 대규모로 매입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방 부동산 경기는 침체돼 있고 수요 대비 공급이 과잉된 상태”라며 “CR리츠도 수익을 봐야 움직일텐데, 매입가격이 높다면 정책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세제, 대출 등 전방위저긴 정책이 파격적인 수준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준공 후 미분양뿐 아니라 준공 전 미분양 단계에서 미리 적체된 물량을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또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이미 지방 미분양을 해소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쳤다고 봐야 한다”며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세제를 비롯해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혜택 등 과감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