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돌파
타셈 싱 감독이 한국에서 '더 폴: 디렉터스 컷'의 재개봉 흥행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타셈 싱 감독은 2월 6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더 폴: 디렉터스 컷'은 스턴트맨 로이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에게 전 세계 24개국의 배경에서 펼쳐지는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을 이야기해 주는 영화로, 4K 리마스터링을 통해 더욱 화려해진 영상과 새로운 장면을 추가해 18년 만에 돌아온 감독판이다.
2008년 개봉 당시에는 대중적으로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감독판 재상영은 지난해 12월 25일 재개봉해 누적 관객 수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타셈 감독은 한국에서의 뜨거운 관심에 보답하고자 촬영 일정을 조정해 내한했다.
타셈 감독은 "마치 기어가던 아이가 20년이 지나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감격했다. 그는 "왜 처음 공개됐을 때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이 영화는 그 어떤 것과도 같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인 것 같다. 새로운 패턴을 시도하며, 처음엔 낯설어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기생충'이나 '올드보이' 같은 작품도 기존과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더 폴'의 경우, 사람들이 뭔가 다를 것을 기대하면서도 그 기대와 다르게 전개되는 점에서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타셈 감독은 영화의 재발견이 레트로 트렌드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고 말했다. "패션도 20년이 지나면 다시 유행하듯, 내 영화도 그런 흐름을 타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초반에 비평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있었겠지만, 어쩌면 지금처럼 천천히 재평가 받는 게 더 가치 있는 과정일 수도 있다. 처음 개봉했을 때는 아무도 원하지 않아 자비를 들여 개봉했다. 토론토영화제 공개 이후 평론가들이 다시 보고 싶다고 했을 때 '20년 전에는 어디에 있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때 난 10살이었어요'라고 하더라. 새로운 세대가 '더 폴'을 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반응을 확인한 후, 그는 형과 함께 다시 자금을 투자해 '더 폴: 디렉터스 컷'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미국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으며, 하루 동안 몇 개의 상영관에서만 상영하려 했던 영화가 몇 분 만에 매진되었고, 이후 8주간 확대 개봉되는 기적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에서 이 영화가 한국에서 이렇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내 영화는 스타일과 비주얼이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 런던 아이맥스에서 내 영화를 봤을 때보다도 한국 영화관에서 본 4K 버전이 훨씬 더 좋았다"라고 한국의 영화관 환경을 칭찬했다.
그는 영화를 리마스터링한 이유와 기존과 달라진 점에 대해 "애초에 4K 화질로 영화를 제작했지만, 당시 기술적 한계로 인해 극장에서 온전히 상영할 수 없었다. 당시 이 영화가 오래갈 것이라 생각해 최신 기술로 만들고 싶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다시 리마스터링을 진행하려 했지만, 초기 4K 마스터를 찾기가 어려웠고, 결국 촬영 원본을 기반으로 몬트리올에서 새로운 버전을 완성했다"라 설명했다.
이어 "토론토영화제서 이 영화를 처음 공개했을 때 넣은 두 장면이 있었는데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비평가들이 비판했던 장면들을 결국 편집하게 됐는데, 한 장면은 빼서는 안됐다. 이번에 그걸 다시 넣었다. 또 바꾸고 싶은 부분을 바꿨다. 어른들을 동화, 우화라는 걸 꼭 넣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24개국 로케이션에서 촬영,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아무리 뛰어난 CG라도 시간이 지나면 구식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반면 올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담아낸 전 세계 24개국의 경이로운 풍경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다고 믿었다. CG를 사용하면 마치 모자 위에 또 모자를 쓰는 느낌이 될 것 같았다. 이 영화에서는 실제 로케이션이 주는 마법 같은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라고 강조했다.
타셈 감독은 '한국에서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배우를 염두에 두며 작품에 임하지는 않는다. 흥미를 끄는 소재가 있다면 당연히 한국에서도 영화를 만들고 싶다.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를 보면 다른 행성처럼 느껴지는데 한국은 아예 다른 우주처럼 느껴진다"라고 흥미로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