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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오요안나 직장내괴롭힘 인정될까…핵심은 '근로자성' [뉴스속인물]


입력 2025.02.08 06:26 수정 2025.02.08 08:07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故 오요안나,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 입사…2023년 원고지 17장 분량 유서 남기고 세상 떠나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예비조사 진행…직장 내 괴롭힘 확인 앞서 '근로자' 해당 여부 판단

유족 주장대로 MBC 업무 지휘·감독 받았다는 점 확인되면 노동자 인정 및 일반 산재보험 소급가입 가능

법조계 "계약 형태보다 실질적 지휘 감독 여부에 따라 근로자 여부 판단…근로자성 인정 가능성 높아"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MBC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생전에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뒤늦게 M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사안을 신속하게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오씨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씨는 지난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활동하던 중 지난해 9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비보는 석 달 만인 12월 뒤늦게 전해졌으며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지난달 27일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졌다.


공개된 유서 내용에 따르면 오씨는 동료 기상캐스터 2명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동료 기상캐스터들은 오보를 낸 뒤 이를 고인의 잘못으로 돌리거나 "가르쳐야 한다"며 퇴근한 고인을 회사로 불러들이거나 퇴근 자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오씨의 실력을 지적하는 동료들의 카카오톡 메시지와 음성 파일이 다량 발견됐다. 고인은 사망 전 MBC 관계자 여러 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MBC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유서에 언급된 기상캐스터 1명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고인의 생전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커지자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MBC에 자체 조사하라는 행정 지도를 했다. MBC는 고인이 사망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했다.


고용노동부는 오씨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해 예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오씨의 사망 배경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확인하기에 앞서 오씨가 '근로자'에 해당하는 지를 먼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기상캐스터가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씨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이번 사건은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고 MBC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수사도 가능하다.


MBC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SNS캡처

오씨는 지난 2021년 5월 MBC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기상캐스터 일을 시작했다. 문제는 오씨가 예술인 산재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는 예술인 산재보험 임의가입 대상이지만, 오씨는 예술인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다만 유족들은 출·퇴근 관리가 있었고, 기상캐스터들이 소속된 과학기상팀에 선후배 관계가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오씨가 '무늬만 프리랜서'였다고 주장한다. 특히 오씨가 보도국 간부로부터 대본을 검토 받았으며 승인된 내용을 토대로 방송을 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유족 측 주장대로 MBC의 업무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점 등이 확인된다면 노동자로 인정되고 일반 산재보험 소급가입도 가능해진다. 법조계에서는 '사용종속관계'를 고려해 고인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최근 노동법 관련 사건에서는 형식적인 계약 형태만 보지 않고 실질적으로 지휘 감독을 하였는지에 따라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며 "유족 측 주장대로 MBC가 기상캐스터들의 출근 시간, 장소 등을 지정하고, 방송 시간, 컨텐츠를 엄격하게 통제하였다면 고인의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안 변호사는 이어 "대법원은 2024년 KBS 프리랜서 아나운서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면서 방송사가 업무 일정·장소를 지정하고 전속 계약을 요구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며 "오요안나의 경우 2021년 공개 채용 방식으로 기상캐스터가 된 뒤 프리랜서 계약을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전과 이후에 지휘감독에 차이가 없어 사용종속관계가 유지됐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6년생인 오씨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뽑혀 평일·주말 뉴스를 진행하는 등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 2018년 춘향선발대회 '숙' 당선 등 다양한 이력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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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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