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공장 불법점거…형사상 유죄인데 민사는 "배상 책임 없다"
산업 현장 흔드는 법원 무원칙 판결…공정과 공평은 법치의 핵심
법치 흔들리면 나라 존립 어려워…"법의 집행에서 이중 기준 없어야"
# 중국 진나라를 부국강병으로 이끈 재상 상앙이 법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이렇다. 그는 세 길 정도 되는 나무 한 그루를 남문에 세워두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10금(十金)을 주겠다"고 방을 붙였다. 백성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나무 옮기는 대가로 10금(200냥)을 준다고 하니 이죽거리거나 코웃음을 쳤다. 상앙은 며칠 뒤 상금을 50금으로 올렸다. 하지만 이번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나무를 옮기는 사람이 있었고 상앙은 그에게 약속대로 돈을 줬다.
그 뒤 백성들은 상앙이 공표한 법을 믿게 됐다. 상앙은 법의 집행에서 이중의 기준을 쓰지 않았다. 그는 태자가 죄를 짓자 법에 따라 그의 스승 중의 한 사람을 처형하고, 다른 한 사람에겐 얼굴에 뜸을 뜨는 형벌을 가했다. 이렇게 3년이 지나자 진나라는 땅에 떨어진 물건도 줍지 않을 만큼 법질서가 확립됐다.
대한민국 헌법은 법치주의를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법치주의는 사람이나 폭력이 아닌 법으로 국가작용을 시행하는 것이다. '공정'(公正)과 '공평'(公平)은 법치의 핵심이다. 법이 이 기준에서 일관되게 집행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사법절차를 불신하게 되고 폭력과 떼쓰기로 자기 뜻을 관철하려 한다.
최근 일어난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건이 그 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시위대는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 무단 침입해 기물 파괴와 경찰관 폭행, 심지어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녔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공권력이 기능을 상실하고 법치주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는 배후자·선동자·방조자까지 철저히 수사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다만 사법당국과 법원은 이번 기회에 냉정하게 자신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간 법원이 과격한 행위와 폭력에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다 보니 시위대가 법 무서운 줄 모르게 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실제 최근 부산고등법원 민사6부(박운삼 부장판사)가 현대자동차 측 피해 배상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봐도 그렇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는 2012년 8월 사내 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의장 라인 등을 불법으로 점거해 멈춰 세운 바 있다. 현대차는 노조원들의 공장 불법점거로 자동차 생산라인 가동이 멈췄을 뿐 아니라 피해 복구 비용 및 인건비·보험료 등 고정비용과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에 넘겨진 김 씨 등 복수의 노조원은 여러 차례 공장 불법점거로 2014년 10월 울산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듬해 7월 부산고법에서도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부산고등법원은 공장 불법점거를 형법상 유죄로 판단해놓고도 정작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노조의 폭력 시위에 법원이 면죄부를 주고 불법행위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범죄학에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내버려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불법적인 난입·폭력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체 헌법기관에 종사자들이 한목소리로 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불법 가담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민·형사 소송으로 관계자들을 엄중 처벌해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재판을 담당할 법원도, 강성노조의 불법 쟁의행위 재판을 맡게 될 판사도 차이를 두지 말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판단해야 한다. 조합원 수명이 조직적으로 여러 차례 회사 공장을 점거해 폭력을 행사하고 기물을 손괴해 막대한 생산 차질을 일으킨 쟁의행위 역시 서부지법 난입 못지않게 사회 시스템을 무너뜨린 법치 유린 행위다. 법치가 무너지면 기업은 물론 국가도 존립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