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 "기본설계 업체가 선도 건조까지"
한화오션 "공동 협력 체계 구축 필요해 보여"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방식에 대한 최종 결정이 4월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방산업체로 지정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사업 방식에 대해 각기 다른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 설계 업체가 선도 건조까지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반면, 한화오션은 공동 개발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 착수가 지연된 만큼 공동개발·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KDDX 사업은 국내 기술로 6000t급 신형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K-함정 역사상 최대규모로 평가된다. 방사청은 해당 사업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에,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에 맡겼다. 이후 절차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제작 업체 선정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18일 방사청 및 업계에 따르면 KDDX의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는 4월 중순 개최될 예정이다. 내달 중순 경 방사청의 분과위에서 안건을 심의한 뒤 방추위에서 최종 결론을 내린다. 현재 당국은 사업방식을 놓고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과 함정 사업의 통상 절차대로 수의계약을 선택할지, 경쟁입찰을 택할지 고심하고 있다.
통상 사업자 선정은 기본 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초도함 제작을 맡게된다. 다만 양측이 이에 대한 법적공방을 벌여오면서 사업자 선정 방식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사실상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방사청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분리해서 상세설계만 업체가 반반 작업하는 '공동개발'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국회에서 진행된 K-해양방산 수출전략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박진호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전 위원은 KDDX 공동 투자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KDDX의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분리시키고, 상세설계를 업체간 협약의 형태로 공동으로 하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 투자를 하게 되면 (양사가) 상세 설계에 대한 소유권과 실시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후속함 사업에 반영해야 할 설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현승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은 이에 대해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가 하나의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를 명확히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공동 설계 방식은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동 설계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도 공동 설계 가능성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두 업체 간 갈등이 심화한 상황에서 상세 설계를 위한 업무 분장 합의가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공동 개발을 추진할 경우 책임 소재를 따져 묻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더해 보안이 중요한 방산업체 간의 기밀 정보 교환이 어려워 협력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주장이다.
방산 분야 한 연구원은 "체계연동 및 통합을 기술적으로 나누기가 어렵고, 체계종합업체와 수많은 체계, 협력업체간의 계약 주체가 모호하고 이견 발생시 조정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고, 시험평가 과정에서 결함 발생시 책임소재 규명을 놓고 분쟁이 발생하는 등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론 두 업체가 공평하게 사업 기회를 얻는 좋은 대안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양사가 합의에 이른다고 해도 공동 설계 이후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점도 난제 중 하나다. 실제 대부분의 컨소시엄은 향후 책임소재를 이유로 주계약 업체를 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두 업체간 자존심 싸움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이같은 과정을 모두 해결하고 양사가 선도함을 각각 한 척씩 건조하는 경우에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 통상 건조 절차는 선도함 한 척으로 시험 평가를 우선 실시해 미흡한 점을 확인하고 보완한 다음 후속함 건조에 들어선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공동‧동시' 건조는 이같은 보완점 개선에 미흡할 수 밖에 없다.
두 척이 동시 건조되면 진수식은 누가 먼저하고, 앞선 선체 번호를 누가 가져갈 것인지 등 향후 해외 수주에 내세울 만한 상징적 우선순위 배분도 합의가 쉽지 않은 일이다.
관련 법에 의해서도 공동설계는 좋은 대안이 아니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일각에선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동법 시행령 제4조 ‘국방연구개발사업에 관한 협약의 체결 등’에 따르면 공동개발 등은 체계개발단계의 사업 중 500억 원 미만의 사업에만 해당된다. 아울러 체계개발 시작 전에 방추위가 협약을 체결하기로 심의한 사업에만 해당될 수 있다. 2018년 방추위에서 의결한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에는 '공동개발'이 명시된 바가 없다.
세계적으로 공동 개발 사례가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프랑스 나발그룹과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는 2005년 프렘(FREMM) 호위함 프로젝트를 공동 개발했다. 양국이 조인트벤처(JV) 형태로 운영했으며 이는 EU에 속해있는 국가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공동 개발이 진행될 경우 또다른 난제들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연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면서 "이미 시간 지체가 많이 된 만큼 가장 빠른 선택은 관행을 따르는 것 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