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와 뉴진스 간의 전속계약 갈등이 격화되면서, 양측이 벌이는 ‘여론전’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서로를 향해 ‘여론 호도’라는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각종 의혹 제기와 입장 발표를 통해 여론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도어와 뉴진스는 갈등 초기부터 언론 인터뷰, 입장문 발표 등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왔다. 사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처지인 것이, 이들은 갈등 초기부터 경쟁적으로 입장문을 보내고 폭로를 일삼으면서 서로의 ‘지저분한 언론플레이’를 지적해 왔다.
물론 ‘약자’는 민희진 그리고 뉴진스였다. 민희진 전 대표는 사내이사 어도어 사내이사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하이브의 도덕적 해이는 이미 극에 달하여 더러운 언론플레이도 지속되겠지만, 이제는 대중들마저 그 패턴을 읽어내는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라 걱정되진 않는다”고 꼬집었고, 첫 기자회견을 비롯해 매번 입장문을 낼 때마다 ‘언론은 하이브 편’이라는 프레임을 씌워왔다.
민 전 대표가 어도어를 떠난 이후 뉴진스 역시 이 스탠스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뉴진스는 전속계약 분쟁 중 독자활동에 나서면서 일본 신문과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에서 우리 목소리를 실어주는 언론은 정말 적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즐겁게 포기하기 않고 활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뉴진스 부모들이 SNS를 개설한 이유도 “하이브 및 어도어가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허위성 기사를 유포하기 위해 찌라시 등을 여러 기자에게 돌리고 있다는 정황을 제보받아 계정을 생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진스는 현재까지도 자신들을 ‘약자’로 지칭하고, “여론전을 멈추라”고 지적하는 동시에 여론을 호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국내 5개 음악 단체의 성명에 대한 반박문을 발표하면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 및 어도어 측이 자신들의 공연 무산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그렇다.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폭로성 의혹에 어도어가 이를 전면으로 반박하면서 또 다시 진실공방으로 벌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이 같은 여론전은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5인을 상대로 제기한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은 오는 3월 7일 열리며,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 변론기일은 4월 3일 열린다. 이들의 갈등이 법적 판단을 받게 된 만큼, 진실을 왜곡하고 감정적 요소에 휘둘릴 수 있는 더 이상의 여론전은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뉴진스는 최근 입장문에서 자신들의 사태를 두고 ‘소속 연예인을 부당하게 대우한 특정 기획사와 특정 소속 연예인의 분쟁’이라고 규정지었다. 즉 음악단체의 호소문이 하이브 편에 서있고,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음악단체가 ‘하이브 편’이기 때문이 아니다.
업계가 우려하는 건 이들의 행보가 케이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잇기 때문이다. 현재는 회사가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지 않는 등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대표를 해임한 회사에서 더 일할 수 없다는 것이 근본적 계약해지 사유였다. 특히 소속사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절차 없이 자신들의 통지로 전속계약 해지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어도어가 이에 반발해 소송까지 제기했음에도 뉴진스는 독자활동을 발표하고 팀명을 새로 공모하고 신곡 발표까지 선언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실상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계약이 자동 해지된다면 추후 비슷한 방식으로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아티스트가 쏟아져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사실상 산업의 투자 위축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 대중음악 단체는 이 같은 행위가 케이팝 산업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위기감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소속사와 연예인의 분쟁’이라고 규정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케이팝 산업의 일원으로서 다소 아쉬운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