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개봉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주연 배우 유아인으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은 '승부'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9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는 김형주 감독, 배우 이병헌, 고창석, 현봉식, 조우진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승부'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난 2020년 크랭크인, 이듬해 촬영을 완료했으나 2023년 2월 주연 배우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지며 개봉이 연기됐다. 넷플릭스가 공개를 검토했으나 결국 엇갈렸고 바이포엠이 배급을 맡으면서 극장에서 개봉하게 됐다.
유아인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레미마졸람 등 4종의 의료용 마약류를 181회 투약하고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타인 명의로 44차례에 걸쳐 수면제 1100여정을 불법 처방받아 매수한 혐의도 받는다. 유아인은 지난 2월 18일 열린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김형주 감독은 "마음 같아서는 따로 술 한잔하면서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병헌 선배가 먼저 캐스팅돼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유아인까지 하나 더 얻은 것 같아 기뻤다. 솔직하게 말하면 주연배우로서 무책임하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배우이기 전에 사회 구성원으로 잘못을 범했고 그에 따른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은 없다. 개인적인 소회는 영하에 나온 대사처럼 지옥 같은 터널에 있는 느낌이었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막막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행히 개봉이라는 빛이 보여 숨통이 트이고 감격스럽다. 나 못지않게 스태프들이 개봉을 기다렸다. 같이 고생해 준 얼굴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요즘이다"라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원로적인 말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선택과 판단은 대중의 몫이다.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하는 어려운 부탁을 하고 싶다. 영화가 나오기 전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연고라도 발라준다는 심정으로 따뜻하게 바라봐 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병헌은 "처음 '승부'에 캐스팅되면서 기대감이 컸다. 개인적으로 유아인과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작품이라 그와의 연기도 궁금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과묵한 후배였다. 서로 많은 대화를 하거나 회식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는데 현장에서 역할에 잘 몰입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여줘서 나도 신 안에 빠져드는데 용이했다"라고 유아인과 호흡을 맞췄던 때를 떠올렸다.
이병헌은 세계를 제패한 바둑 기사 조훈현을 연기했다. 그는 "시나리오도 읽고 다큐멘터리도 찾아보면서 이렇게 드라마틱한 일들이 실제로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두 레전드의 사연이 너무 흥미로웠다"라며 "사연이 있고 이러한 과정을 지냈다는 게 너무나 흥미로웠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바둑판 앞에서 감정 변화 없이 모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 정적인 상황 속에서 폭발, 절망하는 극단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것들에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밝혔다.
김형주 감독은 '승부'의 연출 포인트 관련한 질문에 "나도 바둑을 잘 모르는 입장이었고 보는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원칙이었다. 그걸 토대로 준비했다"라며 "촬영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서 공간 하나를 다섯 곳으로 찢어서 그 시대를 담으려고 했다. 두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큰 얼개는 고증을 따르되 영화적으로 극적인 효과를 주려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조훈현이 이창호를 몰아붙이며 훈육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창호의 경우는 자서전을 통해 바둑 접하기 전을 보면 쾌활하다는 문구가 있어 바둑을 찾기 전까지 아이다운 면을 부각시키면서 성인 배역과 차별화 두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감독은 "대국을 스포츠 중계를 하듯 템포감있는 음악과 바둑 캐스터의 해설을 차용해서 축구 야구 경기 보듯 즐길 수 있게 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병헌은 "'승부'는 극장에서 보면 훨씬 더 좋은 영화다. 바둑을 두는 장면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마음속으로 활화산 같은 극단적인 감정이 있지만 눈빛으로 연기하는 감정 변화들을 스크린을 통해 훨씬 디테일하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