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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 카드 꺼내든 카카오 노조…26일 주총에 쏠린 눈


입력 2025.03.20 14:55 수정 2025.03.20 15:06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카카오 노조, '다음' 분사 반대 단식 농성 돌입

주총까지 사측 메시지 없으면 임단협 일괄 결렬

카카오, "아무것도 결정 안돼…소통 이어갈 것"

비핵심 사업 철수 가속화에 노사 갈등 심화 전망

서승욱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 유니언) 지회장이 지난 19일 카카오 판교 아지트 내부에서 카카오 콘텐츠 CIC 분사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크루유니언

카카오의 포털 서비스 ‘다음’ 분사에 반대 의사를 밝힌 카카오 노조가 결국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회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다음 분사 결정을 철회시키고, 교착 상태에 빠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공동 교섭으로 체결하겠다는 목표다.


노조는 한 주 뒤인 오는 26일 예정된 주주총회까지도 사측의 명확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 시 카카오 그룹 9개 임단협을 일괄 결렬하고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주주총회를 전후로 경영진 차원의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20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 유니언)에 따르면, 서승욱 지회장을 비롯한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집행부는 전날 콘텐츠 CIC(사내독립기업) 분사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한 후 카카오 판교 아지트 내부에 텐트를 설치하고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의 반발은 카카오가 지난 13일 사내 타운홀 미팅에서 콘텐츠 CIC의 분사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카카오는 포털·검색·콘텐츠 분야에서 심화하는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콘텐츠 CIC를 분사하겠다고 밝히며, 다음 직원들이 카카오에 남거나 분사 법인으로 이동할 수 있게 선택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의 국내 검색 엔진 점유율이 3% 밑으로 떨어지며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에도 밀리는 형국이 되자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분사 승부수를 택한 것이다.


콘텐츠 CIC 분사 결정에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사전에 직원들과 논의하지 않았으며, 분사를 발표하면서 지분 매각도 감안하고 있다고 언급한 게 사실상 매각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서 지회장은 “콘텐츠 CIC 분사 후 폐업하거나 지분이 매각돼 사업이 축소된다면 문제는 더 커지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무책임한 즉흥적 결정으로 80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식 농성에 나선 카카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콘텐츠 CIC의 분사와 매각 저지, 계열사 공동 교섭을 통한 임단협 체결이다. 특히 노조는 현재 11개 법인에서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인데, 사측이 주주총회 전까지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을 경우 임단협 일괄 결렬을 선언하고 더욱 강경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카카오 측은 콘텐츠 CIC 분사와 관련해 현재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분사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원들과 계속 소통하며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도 부연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최근 카카오그룹에서 진행 중인 사업 구조 재편을 들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경영진 차원에서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핵심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그룹 의장은 지난 18일 주요 계열사 및 CA협의체(컨트롤타워)의 핵심 경영진들을 불러 모아 미래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AI를 핵심 타이틀로 삼고 속도감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의장은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여러 차례 비핵심 사업 정리를 지속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카카오는 지난해 5월 기준 147개였던 계열사 수를 지난 2월 기준 116개까지 줄였다.


최근 카카오게임즈도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카카오VX의 매각 계획을 밝히면서 노조 측 불안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카카오VX는 골프와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VX와 그 종속기업으로 구성된 골프사업부문의 매각 계획을 수립했으며 올해 내 해당 계획이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골프사업부문의 자산과 부채를 매각 예정으로 분류하고 해당 사업에서 발생한 영업성과를 중단영업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지배주주 동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그룹 기저에 깔린 경영 위기를 해소하고 새 돌파구를 마련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결단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냐”라며 “이번 다음 분사 역시 주요 사업부에 집중하면서도 분사를 통해 개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진 나름의 특단의 대책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은 기자 (jnjes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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