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매출 38% 증가..예상치 상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기대감도 ↑
다만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2Q 후 예상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글로벌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업계 '풍향계'로 여겨지는 마이크론이 호실적으로 거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론은 20일(현지시간) 2025년 회계연도 2분기(지난해 12월~올 2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8% 늘어난 80억5000만 달러(한화 약 11조8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79억1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조정 주당 순이익도 시장 예상(1.43달러)을 상회한 1.56달러를 달성했다.
마이크론은 D램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메모리 성과가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마이크론 2분기 실적 중 D램 매출은 76%를 차지한다. 전년 동기 대비 47%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특히 HBM 성장세가 돋보인다. 마이크론은 HBM 분기 매출이 10억달러를 돌파했다며 연속적으로 전분기 대비 50% 성장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매출이 세배로 급증했다고 부연했다.
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회계연도 3분기에는 데이터센터 및 소비자 시장 모두에서 D램과 낸드 수요가 증가해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5 회계연도에는 사상 최대 매출과 함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메모리 업계의 풍향계인 마이크론이 시장 전망을 상회한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시장에서 메모리 가격 조기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 상승 기대감도 커져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는 회의적이다. PC·스마트폰 등의 수요가 회복세인 것은 맞지만, 본격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활기를 띄는 시기는 2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이어지면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올해 메모리 업황이 단기적으로 약세가 전망된다"며 "2분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도 지난 19일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주주와의 대화'에서 "1분기 시황은 수급 밸런스에서 약세지만, D램은 AI 투자 붐과 중화권 중심의 모바일 재고 소진으로 하반기에는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낸드 또한 1분기부터 이뤄진 감산, AI 투자 증가, 모바일 수요 증가 등으로 수요가 점진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권 업계는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밑돌 것으로 분석한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HBM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40% 감소한 2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HBM의 매출 감소가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올 1분기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핵심 공급사인 엔비디아향 HBM 출하량이 소폭 감소하면서 전 분기 대비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엔비디아 칩을 생산하는 TSMC의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이 한계치에 도달한 데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엔비디아 AI 칩 수출에 영향을 미치면서 SK하이닉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 매출액 역시 12% 이상 감소한 17조원 수준으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한편,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 개선에 큰 부분을 차지해온 엔비디아는 최근 연이은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GTC 2025’에서 올해부터 2028년까지의 4개년 AI 칩 로드맵을 발표했다. 높은 성능의 AI 칩을 요구하는 시장 수요를 전망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