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리 인하' 압박하더니 한달만에 다시 대출 묶어
토허제 후폭풍에 은행들 줄줄이 주담대 중단
"정책 엇박자에 은행·실수요자 혼란만 가중돼"
금융당국 압박으로 가계대출 빗장을 풀었던 국내 은행들이 다시 금융당국의 요청에 재차 대출을 묶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서울특별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해제했다가 다시 재지정하는 과정에서 은행 대출 소비자에게 혼란과 조급증만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와 용산구 소재 주택 구입 목적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출 신청 시점 주민등록등본상 전체 세대원이 무주택인 경우에만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
이는 유주택자의 수도권 소재 주택구입 목적의 신규 주담대 취급을 지난달 21일 재개한 지 한 달 만의 결정이다.
하나은행도 오는 27일부터 유주택자의 서울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신규 취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 구입 목적 주담대'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다. 다만 잔금대출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 선순위 말소·감액이나 다주택자의 처분 조건부 전세대출도 신규 취급이 막히게 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주택이 1채라도 있는 차주가 수도권에서 집을 추가 매수할 경우 주담대를 내주지 않는다.
SC제일은행 역시 오는 26일부터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생활안정자금 대출과 임차 반환자금, 타 은행 대환대출, 추가 대출 등을 제한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3일부터 다주택자에게는 주담대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대출 정책에 은행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더욱이 정책 기조를 한 달도 안 돼 바꾸면서 은행과 실수요자 모두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정작 대출이 급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 대출이 예정돼 있던 수요자들의 대출이 취소되면서 계약금을 날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토허제에 묶인 강남3구와 용산구 뿐만 아니라 이 외의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피해와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간 대출을 중단했다가 올 초 다시 재개했는데 금융당국의 기조 변화에 따라 다시 관련 대출을 막았다"며 "정부의 정책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결국 은행들이 소비자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지만 은행권이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지 않자,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한목소리로 "은행권이 가산금리 등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이에 은행권들이 금리를 인하한 지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오는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도 예정돼 있어 대출 막차 수요가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리는 낮추면서 가계대출은 관리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토허제 해제와 확대 재지정을 두고 일어난 오락가락 정책에 '대출을 못받으면 어쩌나'하는 실수요자의 조급증과 혼란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