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누적 부채 21조 …일반열차도 인상 수순
17%보단 낮을 전망…정부와의 협의 필요
지하철·버스 오를 때 제자리…형평성 문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고속철도(KTX)에 이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의 운임 인상도 본격 추진한다. KTX의 인상률 17%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느 정도 수준이 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이 전날 KTX에 대한 요금 인상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KTX-이음 등 준고속철도를 비롯,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의 운임 인상 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전날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업무계획상 고속철 운임 인상률을 17%로 검토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KTX 운임 인상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한 사장이 공식 석상에서 밝힌 것은 처음으로 철도 운임 구조상 KTX 운임이 인상되면 다른 열차의 운임도 함께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인상률은 준고속철도 12%, 새마을호 12%, 무궁화호 5%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통수단별 운임 단가는 km당 책정되는 만큼 KTX가 인상되면 다른 철도 운임도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인상률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수단이어서 KTX 운임 인상률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TX를 비롯한 모든 열차의 운임 인상이 추진되는 것은 오랜 기간 운임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코레일 측의 설명이다.
현재 KTX의 운임 단가는 km당 164원으로 2011년 이후 동일해 이번에 인상이 이뤄지면 14년 만이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도 2011년 이후 운임 단가가 동일한 상태다. 준고속철도인 KTX-이음 운임 단가도 처음 책정된 2016년 이후 9년 째 동일하게 유지돼 왔다.
반면 다른 교통수단 요금은 고속버스(21%↑), 항공(23%↑), 수도권 전철(56%↑), 서울 시내버스(67%↑), 택시 기본요금(100%↑) 등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지수는 27.1% 상승했다. 최저임금도 4320원에서 9960원으로 128.2% 올랐다.
코레일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여러 자구 노력을 펼쳤지만 전력 요금 등 원가가 크게 오르며 한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9개 노선을 개통하면서 역대 최대의 여객 매출을 거뒀는데도 영업손실 1114억원을 기록한 이유다. 누적 부채는 약 21조원(부채비율 265%)에 달한다.
코레일이 밝힌 목표 인상률 17%를 적용하면 KTX 운임은 서울~부산 일반실 기준 현행 5만9800원에서 7만원으로 오른다.
다른 열차들의 경우, 현재 검토하고 있는 인상률(준고속철도 12%·새마을호 12%·무궁화호 5%)을 적용하면 서울~부산 일반실 기준 KTX-이음은 4만9800원에서 5만5000원대로, 새마을호는 4만2600원에서 4만7000원대, 무궁화호는 2만8600원에서 3만원대로 각각 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은 열차 운임 인상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고속철도가 출범한 지 20년이 지나면서 초기에 도입한 KTX-1의 교체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약 5조원 안팎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027년부터는 발주가 이뤄져야 기대 수명이 끝나는 2033년께 교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재무상태에서 코레일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면 부채 비율이 400% 이상으로 치솟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
관건은 정부다. 철도 운임은 철도사업법상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 상한을 지정·고시하면 코레일이 최종 운임을 결정한다. 정부도 철도 운임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탄핵 국면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과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여론 등으로 인해 연내 인상이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정부는 KTX 운임 인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전날 한 사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