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 한국산 굴 판매 중단 결정에
수출 두 배 확대 노리던 정부 ‘당혹’
반복되는 노로바이러스, 최대 약점
양식 환경·수질 등 총체적 관리 필요
미국 FDA가 한국산 굴 판매를 중단하면서 ‘노로바이러스’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단순히 수온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양식 환경 개선과 수질 관리 등 총체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에 문제가 된 노로바이러스는 사람의 위와 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일종의 식중독이다. 주로 식품을 섭취하면서 감염되는 데 사람 간 전염도 된다. 소량의 바이러스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을 정도로 전염성이 높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일반적인 바이러스와 달리 노로바이러스는 낮은 기온에서 오히려 활동이 활발해진다. 이 때문에 겨울철 식중독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일 잠복기를 거치고 구토, 메스꺼움, 오한, 복통,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구토, 성인은 설사가 흔한 증세다. 심한 경우 탈수 증상이나 심한 복통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겨울철 더 강한 생존력을 보이는 특성 때문에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철 수산물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9~12월이 제철인 굴은 항상 노로바이러스 위험성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닌다.
노로바이러스는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노로바이러스가 자주 검출됐던 2012년에는 냉동 굴이 FDA로부터 불합격 판정을 받아 1000억원 넘게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국산 굴은 여러 차례 미국 내 판매 제한 및 리콜(회수) 조치를 당했다.
가장 좋은 해법은 노로바이러스 발생을 낮추는 것인데, 다양한 경로로 감염될 수 있는 만큼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현재 국내산 수산물 노로바이러스 감염 경로로 손꼽히는 것 중 하나는 축산폐수와 오염된 하수(오수) 등이다. 수산물 자체가 부패해서 발생하는 경우는 오히려 적다. 공공 하수 처리장이 없는 어촌 경우 문제 발생 가능성이 크다. 정화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양식장은 인근 화장실이나 어선과 낚싯배 등에서 유입되는 인분 문제가 심각하다.
수산·해양 연구기관 관계자는 노로바이러스 오염 원인에 대해 “(수산물) 유통과정에서 오염되기도 하지만 오염된 하수와 오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게 주된 원인”이라며 “몇몇 어촌의 구식 정화시설로 인해 분변이 해수에 곧바로 유입되거나 어선에서 직접 인분을 버리면서 해양이 오염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십여 년 전부터 해상 공중화장실 설치를 지원하는 등 굴 양식장 환경 개선에 노력해 왔다. 지난 1월 굴 양식산업 발전방향 발표 때도 청정해역을 보존하고 안전한 굴을 생산하기 위해 육·해상 오염원 유입 방지를 위한 시설물 설치를 약속했다. 굴 생산 해역 인근 하수도 보급률을 높이고, 소형선박을 대상으로 오염원 배출 행위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더불어 지난해 11월 완공된 굴 껍데기 자원화시설을 통해 굴 껍데기를 제철·발전소용 부재료, 토목재료 등에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 굴 생산 부산물을 위생·친환경적으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경남 통영의 한 굴 양식업자는 “바다 양식장은 어떤 시설을 갖춘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며 “정부가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양식업자들 스스로가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부 ‘뒷북 대응’에 반복되는 문제, 초강수 대책 필요한 시점 [위기의 굴 수출③]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