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대한민국 체육 대통령’이 된 유승민(42) 대한체육회장이 공식 취임식에서 난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27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유승민 제42대 회장의 취임식을 개최했다. 주최 측은 최근 경북 지역 산불로 전국적인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기존 일정을 생략, 간소화 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Opening a New Era for KSOC'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진행된 이번 취임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김나미 사무총장, 김택수 진천선수촌장,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등 정부와 국회·체육단체·지방자치단체 체육회·언론사·후원사 관계자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진천선수촌의 조리사들도 유 회장이 직접 초청했다.
국민의례에 이어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순간과 대한체육회장 당선까지 유승민 회장이 걸어온 길을 담은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흘렀다.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 등의 축사도 이어졌다.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등 2024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축하 영상도 이어졌다.
이어 무대로 오른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유 회장의 두 아들도 무대에 올라 ‘아버지’의 취임식을 빛냈다.
유 회장은 취임사에서 “체육계에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출발선에 섰다. 현재 체육계 위기를 변화의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 체육의 본질은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더 멀리 나갈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체육의 가장 큰 에너지”라면서 “현장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듣고 진심으로 이해하며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 탁상이 아닌 운동장 등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 선수들과 눈을 맞추고 지도자들과 대화하며 현실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 혼자서는 부족하다. 저 혼자 가는 길도 아니다. 대한체육회, 각 종목단체, 시도 체육회, 그리고 국민 여러분이 모두 함께 해주셔야 진짜 체육의 미래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대한체육회는 절대 멈춰있지 않겠다. 믿고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여러분과 함께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도 현장에서 축사를 통해 “체육계 어려움이 있다면 국회의 문을 두드려달라. 국회의장과 이 자리에 많이 참석해주신 의원님들이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사를 통해 산적한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유 회장은 정부와 국회의 지원도 이날 취임식에서 약속받았다. 이제 관심은 유 회장이 산적한 난제들을 속도감 있게 해결할 수 있느냐다.
어느 때보다 대한체육회 예산의 투명성 및 효율성 제고 방안과 선거제도 개선, 엘리트 체육 강화 등 혁신과 발전이 요구되는 시점에 ‘수장’이 된 유 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선수 시절부터 유 회장은 기적의 아이콘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달걀로 바위를 깬’ 여러 사례들이 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 결승에서 세계 최강 왕하오(중국)를 꺾는 대이변을 일으키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낮은 인지도 탓에 승산이 없다는 평가에도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됐다. 지난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는 ‘반 이기흥’ 연대 실패에도 판세를 뒤집고 이기흥 회장의 3선을 저지하고 당선됐다.
출발선에 선 유 회장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들은 많다.
먼저 장흥체육인재개발원 예산 확보와 안정화다. 전라남도 장흥 체육인재개발원은 선수와 지도자, 심판, 스포츠 행정가,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종합교육·연수시설. 지난 2022년 3월 기공식을 갖고 2025년 1월 개관 예정이었지만, 운영 예산 등이 마련되지 않아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체육인의 교육과 역량 증대를 통해 체육 인재 양성은 물론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육 시설’인 만큼 유 회장도 임기 첫해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국회는 물론 다방면으로 뛰어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위기에 직면한 학교 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부활도 이끌어야 한다. 학교에서 운동할 때는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교체육은 한국 엘리트체육의 근간이다. 학습권 보장이라는 명분 아래 실시하는 최저학력제는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라는 것에 유 회장도 적극 공감한다.
유 회장은 “엘리트 체육 역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존중받고, 지원받는 분야가 만들어져야 한다. 생활 체육은 종목이 다양해지고 인구가 늘고 있는 반면 전문체육은 반으로 줄어들고 있어 국가와 지자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수업일수 유연화 제도 도입, 전국대회 출전 규정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 회장도 학생선수를 최우선에 두고 커리큘럼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거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장과 지방체육회장, 종목단체장 선거가 모두 대상이다.
체육단체장 선거는 선거인단에 투표권을 부여하는 간접선거로 실시됐다. 그간 임원 비중이 전체 인원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선수와 지도자의 참여를 제한하고, 현직에 유리한 구도를 만든다. 42대 회장 선거인단에서 체육회와 종목단체 등 임원은 전체 3분의 1을 점했다.
유 회장은 선수·지도자 비중을 확대한 선거인단 재구성을 비롯해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투표 방식(온라인 투표, 사전투표) 개선 등을 두루 검토할 예정이다.
당선 직후 유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남들이 목표를 100으로 잡으면 나는 120으로 잡고 뛴다. 스스로 긍정의 신호를 보내면서 뛰었던 것이 결실을 맺는 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 회장이 체육계에 쌓인 거대한 난제들을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