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서 '영풍 지분 25%' 못 쓴다
법원 '영풍 의결권 행사' 가처분 기각
영풍, 주식배당 맞불…"SMH 지분율 10%↓, 상호주 성립 안 돼"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경영권을 놓고 벌이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또 다시 파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두고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고려아연은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도 선메탈코퍼레이션(SMC)가 영풍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게 하는 방식으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바 있으며, 이번 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가 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상호주 순환출자 고리다.
법원도 영풍의 고려아연 주총 의결권행사허용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에 대한 의결권을 주총에서 행사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를 보면 영풍·MBK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35% 수준이다. 이 중 영풍이 보유한 지분은 25.42%의 의결권이 전부 제한되면 MBK 연합의 지분율은 10%대로 크게 낮아진다.
하지만 영풍·MBK 연합은 "전날 주식배당을 통해 고려아연 해외 계열사인 선메탈홀딩스(SMH)의 영풍에 대한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하락했고 상호주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됐음에 따라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주장하는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적용되지 않게 됐다"고 주장했다.
상법상 순환출자 형성에 따른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10% 지분 이상을 갖고 있을 때 적용되는데, SMH가 배당 기준일인 작년 12월 31일에는 주주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배당 대상에서 빠져 지분율이 10% 밑으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25.4%의 의결권 행사 여부를 두고 주총에서 영풍·MBK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 간에 대립이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정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 등을 다룬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최대 인원을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한 반면, 영풍·MBK 연합은 이사 17명을 새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 상태다.
핵심은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이사회에 신규 이사를 얼마나 진입시키느냐다. 정관 변경안이 가결될 경우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8명 선임안이 논의되는 반면, 부결시 최대 17명까지 새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고려아연의 현 이사회는 11명으로 이번 주총을 통해 5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영풍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면 영풍·MBK 연합이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영풍·MBK 연합이 완전히 승기를 잡는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이번 주총부터 집중투표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집중투표제는 선출해야 하는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를 한 사람에게 몰아 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때문에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몰표'를 활용해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최 회장이 제안한 이사 수 19명 제한 안건에 찬성했다. 또한 집중투표제로 부여된 의결권을 행사할 대상에 대해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와, 영풍·MBK 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를 각각 2명씩 동일하게 선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