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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취소된 15세 이하 걸그룹 오디션 '언더피프틴'


입력 2025.03.29 07:07 수정 2025.03.29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만 15세 이하 케이팝 신동을 발굴해 5세대 걸그룹을 육성하겠다는 MBN '언더피프틴‘이 엄청난 비난을 받은 끝에 결국 편성 취소됐다.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는 31일 방송을 취소한다며 "출연자 보호와 재정비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정했다", "MBN에서는 편성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 말이 재정비 후 다른 방송사에서 방영한다는 뜻인지는 불분명한데 어쨌든 확실한 건 3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MBN 편성은 취소됐다.


방송이 코앞에 닥친 시점이니 아마도 몇 회 분량 정도는 이미 촬영이 끝났을 걸로 추측된다. 이제 와서 취소한다면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텐데 그걸 감수해야 할 정도로 반발이 컸다. 이 오디션에 큰 기대를 걸었을 출연자들의 실망과 피해도 매우 클 것이다.


제작진은 “아이돌을 시작하기엔 아직 어리다는 어른들의 걱정이나 편견을 완전히 깨줄 만큼 꿈에 대한 의지와 소신이 확고한 요즘 세대 진면목을 만나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 사회 많은 이들은 출연자들이 어려도 너무 어리다고 우려했다.


‘언더피프틴’이라는 제목부터가 우려를 자아냈다. 프로그램은 15세 이하라고 했지만 제목이 15세 미만으로 해석되면서 상당히 어린 출연자들만 나올 거라는 인식이 퍼졌다.


사실 기존 오디션들에서도 미성년 출연자들은 많았다. 최근 인기를 끈 트로트 오디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디션에서 아동 출연자들이 귀여움을 받았었다. 이미 걸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성년자들도 많다. 대부분 초등학생 때 기획사 오디션을 보고 고된 연습생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다. 사람들은 ‘언더피프틴’이 어린 아이마저 경쟁 속에 밀어 넣는다고 했지만, 이미 많은 어린 연습생들이 피 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고 거기에서 선발된 아이돌들을 우리가 무대에서 보고 있다. 그렇게 미성년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유독 ‘언더피프핀’에만 비난이 폭주했다.


그것엔 결국 제목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제목부터 ‘언더피프틴’이니 뭔가 본격적으로, 대놓고, 전면적으로 어린 나이를 내세우겠다는 선언으로 느껴졌다. 추정컨대 제작진은, 트로트 오디션을 만들었었기 때문에 시청자 연령대 다변화를 위해 아이돌 오디션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보이그룹보다 상대적으로 더 대중적인 걸그룹 오디션으로 결정한 다음, 기존 케이팝 오디션과의 차별화를 고심하다 나이 제한이란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어린 나이를 전면에 내세운 방식이 반발을 초래하고 말았다.


티저 이미지와 출연자 정보가 공개된 후 어려도 너무 어리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10살 이하의 아이들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이 트로트 오디션에 나왔을 때는 귀여운 재롱잔치 같았지만, 아이돌 오디션에서 걸그룹 의상과 춤을 소화하는 건 선을 넘은 거라고 사람들은 느꼈다.


거기에 더해 바코드 이슈까지 터졌다. 공개된 출연자 이미지에 바코드가 있었는데 그게 아동을 성 상품화한 거라는 비난이 폭발했다. 제작사는 이 프로그램이 걸그룹을 육성한다는 의미에서 학교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학생증 이미지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일부 학생증에 바코드가 있길래 그 디자인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바코드 논란은 과도한 괴담이 될 것 같다.


얼마 전 여자아이들의 ‘와이프’ 뮤직비디오에도, 멤버 전원이 똑같은 복장으로 나온 것을 두고 일각에서 ‘여성의 인격을 무시하고 성적 대상으로만 표현한 것’이라는 황당한 비판이 나왔었다. 우리 사회문화가 어떤 면에선 보수화되는 측면이 있다 보니 바코드나 ‘와이프’ 복장 논란처럼 비난이 과도해지기도 한다.


어쨌든 ‘언더피프틴’은 어린 나이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너무 어린 출연자들을 출연시킨 것이 큰 반발을 부르고 말았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모른다. 아예 방영이 취소됐기 때문에 정말 우려처럼 선정적인 내용일지, 아니면 제작진 소개대로 출연자들의 꿈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오디션일지 알 수가 없다. 실제 내용과는 별개로 어린 아동을 걸그룹 경연에 전면적으로 내세운 설정 자체만으로 이미 대중은 등을 돌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프로그램 기획자들은 앞으로 아동 관련 표현에 대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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