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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삼성으로] '겸임 vs 분리 vs 영입 vs 등판'…삼성 DX 시나리오


입력 2025.04.01 10:26 수정 2025.04.01 11:26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포스트 한종희' DX 부문장에 노태문 사장 발탁 가능성

DX 부문장만 맡거나 MX사업부와 겸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글로벌 시장서 외부 인물 찾거나 JY 직접 등판 경우의 수도

삼성전자 서초사옥 일부 전경. ⓒ데일리안DB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이 공석이 되면서 후임 인선에 관심이 모아진다. DX 부문장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과 함께 삼성전자 경영의 양대축이다. TV(VD), 생활가전(DA), 모바일(MX) 등 세트 사업 전반을 총괄한다.


업계에서는 내부 승진 또는 겸임, 계열사 인사 영입 등 다양한 관측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즉생' 메시지를 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DX 부문장 공석으로 삼성전자는 현재 공동 대표체제에서 DS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 원톱 체제가 됐다. 한 부회장이 대표이사, DX 부문장, DA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 등 '1인 4역'을 소화했던 터라 이사회가 고인의 공백을 메울만한 인물 선임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5월 반도체 사업 수장이 교체된 이후 10개월간 한 부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가 유지됐던 점을 감안하면 전영현 부회장 원톱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가중되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빠르게 대응하면서 삼성 본원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을 생각하면 새로운 인물을 세우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이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다. 사내이사이고 사장급 경영자 중 가장 무게감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노태문 사장이 DX 부문장으로 올라설 여지가 충분하다. 그가 이미 사내이사여서 이사회 결의만으로 DX 대표 선임이 가능하다.


그는 갤럭시를 필두로 반도체 업황 부진 속에서도 모바일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경험을 앞세워 가전과 TV사업도 총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TV·가전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통합 디바이스 경험을 강화하는 것이 숙제로 꼽힌다. 그간 VD·DA사업부는 TV, 가전 등 연결성에 방점을 둔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의 사물인터넷(IoT) 및 스마트홈 생태계를 확장해왔다.


노 사장은 모바일·태블릿·워치·이어폰 등을 연결한 '갤럭시 에코시스템(생태계)' 경험을 세트 전체로 확장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통합 디바이스 경험을 구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LED TV, 비스포크 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군 이미지 제고에도 나서야 한다.


헬스케어, 로보틱스 등 신성장동력 발굴·확대에도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미래 로봇 개발에 나선 상태다.


삼성전자 DA사업부 개발팀장 문종승 부사장이 28일 진행된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기술 전략과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삼성전자

그가 MX에 특화된 인물인만큼 DX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서는 보완 인사·조직 개편이 수반돼야한다는 관측이 있다. DX부문 산하에 있는 MX, VD, DA사업부장을 사장급 인사로 채우고 자율성과 권한을 키우는 방향이다. 노 사장이 전략과 방향을 주로 제시한다면, 각 사업부장은 의사 결정과 성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사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


MX사업부의 경우 지난달 초 사장으로 '원포인트' 인사로 승진한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MX사업부 전반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는 갤럭시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개발 주역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노 사장이 주력해온 갤럭시 AI 기능 고도화, 중저가 라인업 혁신, 확장현실(XR) 디바이스 시장 확대 등의 중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VD사업부는 용석우 사장이 그대로 이끌되 DA사업부를 겸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부사장급 인사가 DA사업부장으로 승진 발탁되거나 겸직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비스포크 후속 전략 및 글로벌 마케팅을 책임질 실무형 인재가 선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한 문종승 개발팀장(부사장)이나 'AI 가전'을 앞세워 매출 확대에 역할을 한 임성택 한국총괄 부사장이 물망에 오른다.


노태문 사장이 DX부문장을 맡되 MX사업부장을 겸직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MX에서의 그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겸임 가능성은 충분하다.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기존대로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은 뚜렷하나, 무게 중심이 MX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이다.


특히 DX 전체 통합 전략을 수립하면서 MX 사업부 주요 의사결정까지 내려야 하는만큼 과부하가 우려된다. 한 부회장의 경우 DX 부문장과 DA사업부장을 겸직했지만 MX와 DA는 사업 사이즈 자체가 다르다. 당분간 겸임을 하되 연말 또는 내년 새 사업부장을 인선하는 방식으로 조직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 S25 시리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삼성전자

내부 발탁 대신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할만 하다. DX 조직 전열을 가다듬고 각 사업부 시너지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 인재 풀에서 마땅한 후보가 없다고 판단되면 외부 인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 삼성 계열사 CEO에서 발탁하거나 아예 글로벌 시장에서 인재를 찾는 방안이 동시 거론된다.


인텔 등 빅테크도 AI·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인사를 CEO로 발탁한 바 있다. AI, 사용자 경험, 플랫폼 전략 등에서 역량이 뛰어나다고 판단할 경우 과감하게 인재 풀을 넓힐 수 있다.


다만 고위직은 대부분 내부 승진이 주를 이뤘던 선례가 있고, 내부 조율과 이해관계 조정이 핵심인 DX 부문장 역할을 고려하면 외부 인물은 리스크가 있다는 관측도 작지 않다. 모바일, 가전, TV 모두 대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외부 인사를 시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구원투수로 이재용 회장이 직접 등판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사업 전반에 걸친 삼성 기술 경쟁력 훼손을 지적한 것이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레이 쥔 샤오미 회장이 이달 22일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국 샤오미 웨이보 캡처.

'사즉생'까지 거론하며 삼성 전반의 쇄신을 당부한 만큼 DX 부문장 공백을 계기로 이 회장이 직접 등기임원이 돼 조직 혁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책임 경영 측면에서 삼성이 그간의 부진을 딛고 도약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회장이 아직까지 사법리스크에 매인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회계 부정'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아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하기는 했지만 총수 리스크 및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이 시나리오를 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대신, 조직에 수시로 메시지를 내며 리더십 부재를 보완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하만 이후 멈춘 대형 투자·M&A(인수합병)에도 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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