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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안타' 류현진, 완봉승 커쇼와 뭐가 달랐나


입력 2013.04.03 16:50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김홍석 객원기자

커쇼 피칭과 류현진 데뷔전 대비

제구 낮게 형성..직구 스피드 차이도

류현진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 데뷔전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2013 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개막 2차전에 선발 등판, 6⅓이닝 동안 안타를 10개 맞으면서도 3실점(1자책) 5탈삼진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42.

개막 2차전 선발의 중책을 안고 등판해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피안타가 무려 10개에 이르고 경기 내내 위기에 놓였다는 점은 아쉽다. 3번의 병살을 유도하고 5개의 탈삼진을 곁들인 덕에 실점을 최소화했을 뿐, 6회를 제외하면 매회 주자를 내보내는 불안한 피칭이 계속됐다. 피안타율이 무려 4할에 이른다. 10개의 안타 가운데 장타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

단 하나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볼 비율(55-25)도 매우 좋았다. 하지만 류현진이 잘 던져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이 초구부터 적극 공략한 덕이 컸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매우 공격적으로 나왔다. 적극적인 타격 때문에 류현진이 많은 안타를 허용했고, 또 반대로 병살을 유도해 실점을 최소화했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은 돋보였지만, 한국보다 한 타이밍 빠른 빅리그 타자들의 스타일에는 애를 먹었다.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개막 시리즈는 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특히, 개막전과 류현진 등판경기를 모두 시청한 팬들이라면 리그 최정상급 좌완 선발 2명의 피칭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개막전 완봉승 주인공인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5), 다른 한 명은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매디슨 범가너(24)다.

다른팀인 범가너는 차치하고 류현진과 한 팀에서 뛰고 있는 커쇼의 피칭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한 커쇼는 2년 연속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는 등 랜디 존슨과 요한 산타나 뒤를 이어 현재 리그에서 가히 독보적인 좌완으로 인정받는 최정상급 에이스다.

개막전에서의 커쇼는 패스트볼(직구)과 커브,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9회까지 단 4안타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농락했다. 94개의 투구수 가운데 패스트볼이 49개, 슬라이더가 27개, 커브가 18개. 초반에는 패스트볼 위주로 볼배합을 가져가며 상대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했고, 후반으로 가면서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활용하는 능숙한 운영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커쇼의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는 150km/h. 최고 153km/h까지 나왔고, 가장 느린 패스트볼도 147km/h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리그 최고 투수다운 스피드. 최고 142km/h까지 나온 슬라이더의 평균 스피드도 137km/h로 아주 훌륭했다.

반면, 3일 경기에서 50개를 던진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4km/h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고 구속은 148km/h까지 나왔지만, 이닝이 거듭되자 힘이 떨어졌는지 135km/h짜리 패스트볼도 3~4차례 나왔다. 23개 던진 체인지업의 평균구속은 130km/h 안팎에서 일정하게 유지됐지만, 상대적으로 패스트볼의 구속 편차나 위력이 많이 떨어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제구력에 있다. 커쇼의 공은 대부분의 타자들 무릎 아래로 형성돼 범타를 유도했다. 이닝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는 커쇼가 완봉승을 따낸 경기에서 탈삼진이 7개에 불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구에 신경 쓰며 맞춰 잡는 피칭을 했다는 의미다. 결과도 아주 좋았다.

하지만 류현진의 공은 대부분 다소 높았다. 패스트볼은 물론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다소 높게 형성되면서 많은 안타를 맞았다. 안타 맞은 구질을 살펴보면 패스트볼이 4번, 체인지업이 4번, 그리고 커브가 2번이었다. 조금만 낮게 형성됐다면 투구내용은 완전히 달랐을 지도 모른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친 범가너 역시 커쇼와 마찬가지로 제구가 낮게 됐다. 제구가 높게 형성되면 두들겨 맞는다는 것은 어느 리그나 마찬가지. 10개의 안타 중 장타가 하나도 없었다는 점에서 류현진의 남다른 구위를 느낄 수 있지만, 제구가 낮게 됐다면 피안타 자체를 줄일 수 있었기에 아쉽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판 괴물의 메이저리그 도전기. 그 첫 등판은 희망과 불안요소를 동시에 드러내면서 끝났다. 1패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지만, 아직 류현진에게는 기회가 많다.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우면서 진화하는 ‘괴물’의 향후 행보를 기대한다.

김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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