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리드’ 류현진, 프리먼 대결 완패 배경
원정 이어 홈에서도 프리먼에 압도 당해
프리먼 특성 모르고 바깥쪽 빠진 포수 리드 문제?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이 잘 던지고도 7승 사냥엔 실패했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애틀랜타와의 홈경기 선발 등판해 7.2이닝 6피안타 6탈삼진 1볼넷 1실점(1자책점) 호투했지만 승리는 챙기지는 못했다.
애틀란타 선발 폴 마홀름과의 리턴매치에서 두 좌완은 팽팽한 투수전을 8회까지 이어갔지만 모두 무승부 상황에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류현진이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결정적 원인은 단 1실점의 상황이다. 그것 때문에 ‘쿠바산 괴물’ 야시엘 푸이그의 솔로홈런이 결승포가 아닌 동점 솔로포에 그쳤다.
애틀랜타는 거포들이 많은 팀이다. 특히, 우타 거포가 타순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저스틴 업튼과 댄 어글라, 그리고 류현진의 NL 신인왕 라이벌 에반 개티스다. 이들은 류현진의 드러난 천적이다. 반면 드러나지 않은 천적도 있다. 바로 좌타자면서도 좌완투수에 상당히 강한 4번 프레디 프리먼이다.
'천적' 프리먼 2경기 연속 승부 실패
류현진은 지난달 18일 애틀란타 원정경기에서도 3회 1사 3루에서 프리먼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그 경기에서 프리먼은 2타수 1안타 2볼넷을 기록, 류현진을 압도한 바 있다.
한 번 실패한 류현진이라면 두 번 연속 실패는 없어야 한다. 하지만 리턴 매치에서도 다시 프리먼에게 2안타를 허용했다. 1회 2사 1루 상황에서 좌전 안타를 또 다시 맞았다. 후속타자 에반 개티스를 우익수 빗맞은 공으로 처리하며 일단 위기는 모면했다.
문제는 4회 선두타자로 나선 프리먼과의 승부. 선두타자로 나선 프리먼은 류현진의 초구 바깥쪽(144km/h) 포심패스트볼을 밀어 쳐 좌측 펜스 하단을 때리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결국, 2사 후 댄 어글라의 좌전 적시타로 득점, 류현진의 무실점 행진을 저지했다.
현재까지는 프리먼의 압승이다. 4타수 3안타 2볼넷 타율 0.750 OPS는 무려 1.667에 이른다. 애틀란타 타자 중 류현진의 피안타율이 3할이 넘는 타자는 프리먼이 유일하다. 프리먼에 대한 미숙한 대응이 바로 애틀랜타전 2경기 모두 No Decision에 그친 이유다.
에르난데스 투수 리드 '글쎄'
이는 류현진 잘못이라기 보단 포수의 리드가 더 아쉽다. 류현진이 프리먼에게 허용한 안타는 모두 우측이 아닌 좌측이다. 심지어 좌익수 스캇 밴 슬라이크가 몸을 여러 번 돌리면서 힘들게 잡아낸 3번째 타석에서 나온 타구 역시 좌측이었다.
프리먼은 좌타임에도 좌투수에게 강한 타자다. 특히, 좌완 선발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시즌 타율 0.314보다 4푼4리나 높은 타율(0.358)을 기록 중이다. 프리먼이 좌완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유는 그의 타격 자세에 숨어있다. 프리먼은 스퀘어 스탠스(두 발을 나란히 두는 타격 예비 자세)에서 짧은 스트라이드가 크로스로 미묘하게 들어가는 타격 자세를 취한다.
이럴 경우 타자의 오른쪽 어깨는 열리지 않고 닫힌다. 상대가 좌완일 경우에도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강한 적응력을 보이는 타격 자세다. 일반적으로 이런 스탠스와 스트라이드 자세를 취하는 타자들은 배트의 헤드가 센터 라인을 중심으로 좌측을 향하기 마련. 즉, 밀어치기에 능한 타자라는 얘기다.
하지만 류현진과 호흡을 맞춘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는 첫 타석 초구부터 바깥쪽으로 빠져 앉아 류현진에게 외곽 승부를 요구했다. 에르난데스는 몸쪽 승부보다 바깥쪽 승부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다.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를 허용한 에르난데스. 두 번째 타석에서도 마찬가지로 빠져 앉아 초구를 좌월 2루타로 만들어 줬다. 문제는 류현진이 강판된 뒤 이후에도 프리먼을 상대로 바깥쪽 승부를 고집했다는 점이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등판한 투수는 좌완 파코 로드리게스. 상대 타자는 역시 프리먼이었다. 좌-좌 맞대결에서도 에르난데스는 바깥쪽 승부를 유도했고 프리먼은 바깥쪽 공을 배트 컨트롤로 컨택, 중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프리먼을 상대로 한 에르난데스의 바깥쪽 연속승부가 이날 프리먼에게 3안타를 몰아준 이유다.
지난달 18일 류현진이 프리먼을 첫 상대할 때 포수는 15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A.J. 엘리스다. 에르난데스가 아닌 엘리스였다면 류현진을 상대로 바깥쪽 승부에 능했던 프리먼을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류현진은 이미 프리먼의 강점을 간파한 듯하다. 3번째 타석에서 바깥쪽에 빠져 앉은 에르난데스의 미트를 보고 던지지 않고 프리먼의 몸쪽으로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 좌익수 플라이를 유도하는 적응력을 선보였다. 밀어치기에 능한 프리먼의 타격 성향을 이미 간파했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포수 엘리스가 마스크를 쓴 경기에서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30이었다. 반면 에르난데스가 마스크를 쓸 땐 3.76으로 올라간다. 엘리스가 마스크를 썼더라면 프리먼과의 승부 방식이 달라졌을까. 2경기 모두 프리먼 때문에 2승을 놓친 류현진의 훗날 맞대결에서 눈여겨 볼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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