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비기면 된다? 피눈물·모욕·TV·복수 ‘독설 점철’
한국, 무승부만으로도 월드컵 자력 진출
지난해 원정서 당한 푸대접 '설욕' 다짐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향한 9부 능선은 넘었지만 여전히 확정은 아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상대 자책골 덕에 1-0 승리했다.
어쨌든 승점3을 추가한 한국은 오는 18일 이란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브라질행 티켓을 손에 넣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 이란은 지난해 원정에서 한국에 0-1 패배를 안겼다. 최강희호의 월드컵 예선 유일한 패배였다. 역대전적에서도 9승7무10패로 열세.
이란은 12일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7차전에서 4-0 대승, 조 2위로 올라섰다. 최종예선 초반만 해도 무기력한 경기로 탈락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서아시아 맹주다운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란에 승점2 차이로 뒤진 우즈벡이 최종전에서 이미 본선진출이 좌절된 카타르를 홈에서 불러들이는 만큼 승점3을 챙길 가능성이 높다. 이란으로서도 한국전 패배는 탈락 위기에 몰리는 결과라 원정임에도 승리를 노리고 거칠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것들과 별개로 한국은 이란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지난해 원정에서 한국은 상식을 벗어난 이란의 지독한 홈 텃세로 곤욕을 치렀다.
뚜렷한 명분도 없이 선수단 비자발급을 미룬 것을 시작으로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한 경기장을 연습장소로 제공하며 골탕을 먹이기도 했다. 심지어 경기 도중 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을 향해 손가락 욕과 레이저를 눈에 쏘아대는 비매너 응원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최강희 감독과 선수들은 아직도 당시의 수모를 잊지 못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도 우즈벡과 이란 중 어느 팀이 함께 본선에 진출하길 원하느냐는 우즈벡 기자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이란이 더 밉다. 총력전을 펼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풀리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이란 케이로스 감독은 "최강희 감독이 이란축구를 모욕했다. 이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억지 주장을 펼쳤다. 또 "이란보단 우즈벡이 월드컵에 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케이로스 감독은 "우즈벡 유니폼을 선물하겠다“고 비아냥거렸다.
최강희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을 TV로 보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대표팀 선수들도 불타오른다. 특히, 공격수 손흥민(레버쿠젠)은 "네쿠남과는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심판이 안보는 상황이나 속공 상황에서 뒷다리를 찼다"며 "네쿠남이 피눈물을 흘리게 해주겠다"고 역설했다. 네쿠남은 한국과의 A매치에만 10차례 출전한 이란의 핵심 미드필더다.
당시 선발로 나섰던 김신욱도 "이란이 홈으로 오면 당한대로 돌려주겠다. 전쟁보다 험악하게 복수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이란전은 지난해 출범 이후 1년 6개월을 달려온 최강희호의 대장정을 마치는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다. 최강희 감독은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조광래 감독 뒤를 이어 한국축구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여기까지 달려왔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과 함께 대표팀 고별전을 장식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이란전 승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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