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 눈앞’ 최강희 감독…박수 치며 보내라
이란전 비기면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행
복귀 약속 지키는 게 팬과 전북에 예의
최강희호가 1년 6개월 대장정의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 1-0 승리로 소중한 승점 3점을 얻었다. 오는 18일 울산서 열리는 이란전에서 최소한 비기기만해도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는다.
최강희 감독은 2011년 12월 경질된 조광래 감독 뒤를 이어 한국축구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홈과 원정의 기복심한 경기력, 파벌 논란, 미드필드가 생략된 뻥축구 등으로 최강희 체제에서 대표팀이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단지 최강희 감독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시작부터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었던 체제의 한계이기도 하다.
최강희 감독은 최종예선이 끝나는 2013년 6월까지 대표팀을 맡고 소속팀 전북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란전은 최강희호의 고별경기가 된다.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야 어찌됐든 월드컵 8회 연속 본선행을 확정짓는 것만으로 최강희 감독은 일단 주어진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할 수 있다. 이란전 완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다면 금상첨화다.
일부에서는 최강희 감독이 월드컵 본선까지 대표팀을 이끌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도 최종예선이 끝난 후 최강희 감독의 거취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인터뷰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이제와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최강희 감독의 '최종예선 후 사퇴' 공고는 이미 취임 당시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새로운 축구협회 집행부가 등장한 2월 이후에도 논의할 시간은 충분했다. 최강희 감독의 복귀를 확신해 1년 6개월째 감독대행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전북 구단에 대한 예의도 있다. 최강희 감독 스스로 월드컵 본선에 대한 자발적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임기를 늘린다고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최강희 감독의 지적처럼, 월드컵 본선에서는 지금의 대표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인물이 필요하다. 최강희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는 동안 기술적-조직적으로 더 발전한 대표팀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최강희 감독으로서야 매 경기 당장의 성적이 급박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본선에서는 이런 경쟁력으로는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떠나는 이만이 아니라, 보내는 이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강희 감독은 스스로의 의사를 존중해 월드컵 최종예선과 함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축구협회가 최강희 감독을 잡으려고 한다면, 대표팀 때문에 희생을 감수했던 전북 구단과 K리그에 대한 직무유기다. 명예롭게 떠나겠다는 이를 위해 박수치며 보내주는 것이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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