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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신화 '인터스텔라', 어떻게 한국 관객 홀렸나


입력 2014.12.28 09:45 수정 2014.12.28 10:53        부수정 기자

'아바타'·'겨울왕국'이어 외화 역대 흥행 3위

개봉 50일 만의 쾌거…유독 한국에서 인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 하반기 극장가를 강타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전율과 환희의 169분이었다. 그 어떤 영화도 시도한 적 없는 명석함과 감동이 담겨 있는 영화다."(네이버 아이디 make****)

하반기 극장가를 강타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한 누리꾼의 감상평이다. 한국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영화는 지난 2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50일 만의 성과다. 28일 기준으로 한 누적 관객수(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는 1004만6682명이다.

이로써 '인터스텔라'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1360만)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1029명)에 이어 세 번째 1000만 관객 외화가 됐다.

'인터스텔라'는 특히 한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국내 티켓 매출은 약 798억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1억7300만달러·박스오피스 모조 집계), 중국(1억2200만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매출이다.

유독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놀란 감독은 지난 11월 열린 아시아투어 기자회견에서 "한국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충성도와 과학적 소견이 높아 흥행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작품성·흥행력 갖춘 놀란 감독의 힘

'인터스텔라'는 개봉 전 예매율 80%를 기록하며 극장가를 휩쓸었다. 놀란 감독의 전작 '인셉션'(2010)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는 관객 590만명과 639만명을 각각 불러 모았다.

영화는 세계 경제가 붕괴한 미래를 배경으로 인류를 구하고자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우주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가는 시공간의 틈인 웜홀(worm hole)을 통해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손의 이론을 바탕으로 했다.

제작비가 1억6500만 달러(약 1700억원)나 들었을 만큼 스케일이 크다.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주는 우주는 거대하다. 이론으로 존재하는 웜홀과 화성, 토성 등의 행성,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의 내부를 화려한 시각효과로 담았다.

특히 67시간의 낮과 67시간의 밤이 있는 행성, 5차원 공간 등 누구도 보지 못한 '미지의 우주'를 생생하게 그려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웜홀, 상대성 이론 등 어려운 과학 지식은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담아낸 것도 영화의 미덕이다. 놀란 감독과 함께 각본을 쓴 그의 동생 조나단은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4년간 대학에서 상대성이론을 공부했다.

아카데미 수상자들의 탄탄한 연기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역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튜 맥커너히가 주인공 쿠퍼 역을 맡아 인류의 마지막 희망으로 분했다. 쿠퍼가 23년간 쌓인 가족의 영상 메시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매튜 맥커너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영화 속에서 현실로 그려지는 것을 보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놀란 감독과 함께한 앤 해서웨이는 쿠퍼의 동료 아멜리아 역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에 어울리는 연기를 펼쳤다. 앤 해서웨이는 "여성 캐릭터가 강하고 독립적으로 표현돼 좋았다"며 "한국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아이맥스로 보자"…암표까지 등장

'인터스텔라'는 치열한 예매 전쟁으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이는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했고, 흥행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특히 큰 상영관에서 봐야 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아이맥스 암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 인터넷 카페에는 1만2000원짜리 아이맥스 티켓을 3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아이맥스 점유율은 90%까지 웃돌았다.

CGV 측은 "'인터스텔라' 아이맥스 암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의심가는 아이피(IP) 리스트를 확보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고 싶어도 보기 힘든 희소성의 가치를 지녔다는 게 워너브러더스의 설명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 하반기 극장가를 강타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교육·오락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영화(Edutainment)

많은 인기 요인 중에 워너브러더스 측은 '전 세대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점'을 가장 큰 흥행 비결로 꼽았다. 관계자는 "관객들이 영화에 나오는 이론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펼쳤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과학 용어들을 영화 개봉 전에 알 수 있도록 노출해 많은 관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이러한 마케팅은 10대 학생들이 관련 이론에 대해서 이론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인터스텔라'는 우주를 꿈꾸게 한다. 만약 천체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중학생이라면 이 영화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평했다.

중·장년층은 영화가 궁극적으로 내세우는 가족애에 공감했다. 극 중 외로운 여행을 선택한 쿠퍼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족이다. 이는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놀란 감독은 어렵고 복잡한 우주 여행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애라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족을 위하는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가슴 뭉클하게 느껴진다고 관객들은 입을 모은다.

워너브러더스 관계자는 "'인터스텔라'가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이라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진 몰랐다"고 말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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