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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김낙년 교수 “국정교과서, 유치한 프레임 벗고 봐달라”


입력 2016.12.14 10:23 수정 2016.12.14 11:13        이선민 기자

내부 집필진 간 격론과 3번의 외부검토 받아 최종 내용 조율

일단 '국정' 갔다가 다시 '검인정' 가면 기존 편향성에서 벗어날 것

김낙년 동국대학교 교수.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낙년 동국대학교 교수.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부 집필진의 격론과 3번의 외부검토 거쳐 나온 국정교과서

지난 달 28일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이후 약 2주간 1730건의 의견이 제시됐다. 교육부는 현장검토본 공개 직후부터 쏟아진 지적에 해명·반박 자료를 내며 대응했다.

12일 ‘데일리안’은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인 현대사를 집필한 김낙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 직접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는 낙성대 경제연구소에서 소득불평등에 대해 연구하는 경제사학자다.

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정치·경제 어느 한쪽의 분량이 많지도 않고 진보·보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도 않은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학생들이 충분한 ‘팩트’를 보고 당시 위정자들이 큰 결정을 내리기 위해 했던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부의 불평등, 소득분배 등 연구한 경제사학자”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김낙년이다. 낙성대 경제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낙성대 경제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내년에 30주년을 맞는 경제연구소다. 우리나라에서 한국경제가 가장 활발하게 토론되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안병직 선생님께서 연구소 설립을 주도하셨고 현재 이사장이 이영훈 교수다 보니 ‘뉴라이트’라는 인식도 있지만, 경제사학자들이 모인 순수 학술 모임이다. 낙성대 경제연구소가 뉴라이트 라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한 부분만 가지고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것일 뿐이다. 연구소는 그런 프레임과 관계없는 학술 단체다.”

-주로 어떤 연구를 하나?
“수량적인 장기 통계연구가 많다.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의 장기 통계를 많이 연구했고, 국제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소득분배나 부의 불평등, 상속의 문제 등 현안을 문제로 논문을 써왔다. 토마 피케티(부, 소득과 불평등에 대해서 연구하는 프랑스의 경제학자)의 웹사이트에 있는 한국 데이터 자료는 내 연구결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연구를 많이 축적했고, 그 연구들이 경제사 전체를 리드하고 있다. 이번 교과서에 그 성과들을 반영했다.”

“현장검토본, 집필진 내 격론·3번의 외부검토 거쳐 나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는 어떻게 참여하셨나.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제안을 해서 함께 하게 됐다.”

-어떤 분야의 집필을 맡으셨나.
“현대사의 경제사회분야를 맡았다. 검인정교과서는 정치 분야의 비중이 가장 컸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를 균형 잡기 위해 노력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어떤 식으로 집필됐나.
“경제분야는 저와 김승욱 중앙대 교수가 나눠서 초고를 썼다. 정치사학 한 분, 경제사학 두 분, 군사사학 한 분, 헌법사학 한 분, 북한학 한 분으로 이뤄진 6명의 집필진이 초고를 작성했다. 그리고 집필진이 모여 문장 하나, 자료 하나를 놓고 토론을 한다. 예를 들면 유신을 ‘독재’라고 표현할 것인가 ‘사실상 종신집권을 허용한’ 이라고 표현할 것인가 이야기 하는 것이다.”

-집필진이 우편향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외부에서는 그런 이야기도 있지만, 가장 중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이견이 많았다. 국정 교과서가 도입되면 일반 시민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어지기 때문에 집필진은 균형을 잘 잡아야한다. 집필진 개인 생각이 들어가면 안 된다. 집필진 간에 격론을 벌이며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또 외부에서도 검토의견을 계속 받았다. 현장검토본이 나오기 전에 검토의견을 3번 정도 받았다. 검토위원이 누군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다양한 의견을 받으면서 조율했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현대사학자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비로소 교과서에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투입되어 학술적 연구성과가 반영됐다. 기존의 역사학자들은 역사를 ‘종합한다’고 한다. 어떤 역사학자가 종합을 하더라도 출발하는 필드가 있다. 경제든 사회든 자신의 분야에서 넓혀나가며 종합한다. 그런데 현대사부터는 경제학 이론을 이해 못하면 경제사를 쓰기가 어렵다. 기존 역사교과서에서는 각 필드의 전문가가 없이 썼기 때문에 ‘팩트’가 논리적으로 서술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는 전문가가 직접 서술해 최신학술연구를 고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균형 위해 노력해…프레임 벗고 봐달라”

-경제사학자로서 국정역사교과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유치한 프레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기에 경제가 성장한 것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크게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커진 인구구조의 변화와 높은 교육열 그리고 국제 개방 확대 등 3가지 시대적 흐름과 배경이 있어서 가능했다. 박정희의 리더십은 많은 요인 중 하나로 존재한다. 하지만 당시 △시장경제체제 정비 △해외의 지식·기술·정보 유입 △생산가능인구 증가 △교육에 대한 투자로 인적자본 증가 등이 일어났다. 이런 식으로 해석해야한다.

‘고도성장의 요인이 박정희 대통령이다, 아니다’라고 단순히 나누는 논리는 정치적 색깔을 위해 들이댄 편협한 문제제기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경제개발을 하고 리더십을 발휘한 것에 대한 공은 인정하지만, 고도성장의 원인에는 여러 요소가 있었고, 이는 박정희 혼자 만든 성장이 아니다. 기존에 ‘박정희의 공(功)이 많은가, 아니면 과(過)가 많은가’하는 프레임은 너무 유치하다.”

-인구구조, 교육열, 경제개방 정도 등 경제사회적인 변화가 당시 박정희 정부 정책의 인센티브 효과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없나?
“당시 고도성장의 배경이 된 요인들은 그전부터 진행돼 와서 우연히도 박정희 정부 시기에 생산가능인구가 높았고, 고령화가 본격 진행되지 않는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또 국제관계에서도 철의장막이 둘러쳐진 냉전 속에서도 한국 정부는 국제경제 관계를 확장시켰고 그 속에서 선진국을 따라가는 후발성의 이득을 많이 늘려갈 수 있었다. 선진국 기술을 많이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이 개방정책을 썼다는 건 지도자의 공(功)으로 좋게 평가할 수 있다. 국제 관계를 생각하면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없었다면 그런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기존 교과서는 그런 여러 변화가 어떻게 작용했는지 그런 배경을 알 수가 없다. 왜 성장을 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
“예를 들면 기존 교과서에는 ‘한강의 기적 이뤘다’고 설명돼 있다. 그러면서 ‘소득이 매우 낮아 저임금으로 열악했다’고 한다. 그러면 그게 논리적으로 양립이 안 된다. 성장했으면 그만큼 소득도 올라갔을 거 아닌가. 저는 (국정 교과서 280쪽을 보여주며) 그래프를 만들어서 한국과 미국 경제를 비교했다. 이 연구는 'PPP(Purchasing power parity)'라고 해서 ‘구매력평가’다. 소득이 높아도 물가가 높은 나라는 소득을 감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걸 갖고 보면 우리 소득수준이 1960년대까지는 미국의 7% 수준밖에 안 됐다. 그 당시 '전태열 열사 분신사건' 같은 게 일어났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소득이란 게 열악한 상황이었다. 근데 그게 지금은 65%까지 올라갔다. 우린 중국에 비해 고임금 국가다. 그래서 제조업이 못 견디고 동남아로 나가는 일이 벌어지지 않나. 경제성장 됐다는 의미를 기존 교과서에선 ‘한강의 기적이다’, ‘경제개발계획 때문에 됐다’ 이렇게만 말했다. 근데 이런 얘기만 실어선 이게 어떻게 경제성장과 연결되는지, '한강의 기적' 의미가 어떻게 되는지, 연결이 안 된다. 그러나 국정 교과서는 그때 배경을 경제사적으로, 학술적으로 연구성과를 모두 녹인 것이다. 국정교과서를 검토한 사람들 중 일부는 “경제 사회 분야는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얘기들을 한다. 근데 국정교과서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서 기존 교과서에 비해 얼마나 차별화했는지 모른다. 나는 국정교과서가 더 낫다고 자신한다.”

-그럼에도 며칠전 역사학계 원로들이 "국정교과서 폐기하라"고 성명을 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답답한 건, 원로라는 분들이 그런 식으로 말했는데 근거를 하나도 제시한 게 없다. 교과서 읽어보고… 하다 못해 하나라도 구체적 근거를 갖고 얘기하면 내가 대응할 수 있지 않나. 그분들 얘기 들어보면 그냥 “이놈들 보기 싫다”면서 자기 선호를 얘기하는데…그건 말이 안된다. 국정교과서에서 현대 쪽을 보면 내가 경제사 분야를 맡았는데, 경제사에서 나만큼 많은 자료를 보고 연구실적 많은 사람 없을 것이다. 나보고 전문가 아니라고 하는데, 국사학자 출신 아니면 전문가가 아니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건 밥그릇 문제라고 본다. 현대 쪽으로 오게 되면 역사학 하는 사람 중 현대학 각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 없다. 결국 자기 밥그릇논리 아닌가. “정통 역사학자가 아니다”라고만 하지 구체적인 얘기는 없지 않나. ‘정통역사학자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예를 제시하든지… 그럼 누가 써야 되는가? 누가 정통 역사학자인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국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깔려 있는 게 같은데…
“내가 답답한 건, 국정이란 말에 대해선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는 편파적인 게 문제였다. 색깔이 다른 교학사 교과서 하나가 들어오려고 하니 채택률 얼마 안 되게 하려고 씨름 하지 않았나. 자기들과 해석과 평가가 다르면 용납 안하잖나. 그런 태도가 사실 국정이란 형태를 불러온 것이다. 국정도 그런 의미에선 과도기다. 얼마간 국정을 거친 뒤 검인정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검인정 다시 가게 되면 여러 다양한 서술 중에서 선택가능하게 하되, 선택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위에서 말리는 분들은 없었는가?
“사실 국정교과서 편찬 참여는 엄청 욕 얻어먹을 거 알고 한 것이다. 후배들 동기들 선배들 다들 ‘해명하라’고 난리났다. 그분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이유를 난 잘 안다. 그들은 교과서 내용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국정’이란 부분이 문제였을 것이다. 그들과 얘기하다 보면 이 문제를 정치적인 프레임 속에서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국정이란 것도 그렇고, 내용 평가에서도 그렇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본다.

근데 내가 국정교과서에 참여한 이유는 교육적 관점 때문이다. 좀 더 균형 있게 그 시대, 그 사회를 보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에 그치지 않고 그 당시 정책결정을 했던 사람들은 이런 저런 선택지 속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라는 걸 이해하도록 해야 역사를 제대로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그건 교과서가 다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난 강의를 그렇게 한다. 답을 주는 게 아니고 팩트를 준다. 이번 교과서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그동안 팩트란 걸 교육 안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팩트를 잘 모른다. 근데 팩트를 주면 다 충격 받는다. 팩트를 주고 그 당시 정책결정자들이 고민했던 것처럼 당신도 평가해보라, 고민해보라는 것이지.”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 예를 든다면?
“예컨대 1965년 한일협정을 박정희 대통령이 비상계엄령 하에서 통과시켰던 것을 보자. 간단하게 보면 친일파고, 어쩌고 끝날지 모른다. 근데 한일협정 이후에 일본과 교역이 늘고 자본이 늘었다.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부품, 기술, 원료 등을 조달해서 미국에 팔아 수출주도형 성장을 한 것이다. 일본을 빼고 나면 고성장 패턴을 설명 못한다. 그런 사실들을 다 놓고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학생들로선 과거에는 평가가 너무나 간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매우 곤혹스러워할 것이다. 그 곤혹스러움을 맛보게 하는 게 역사교육이다. 그래야 현실 문제에서도 다각적으로 보고 그걸 제대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런 방식의 교육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쪽 방향의 답을 정해 놓고 그걸 이념적으로 주입해온 기존 교과서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국정 교과서에선 나름대로 균형을 잡으려고 했던 게 이런 부분이다. 시대의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즉 평가라는 걸 이해하려는 것만 해도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고, 국정 교과서라도 한번 시행해서 교사들이 기존과 다른 교과서를 써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교과서 한번 읽어보고 한 1~2년 가르쳐 보면 기존 관점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것이다. 그렇게 된 다음에 다시 검인정으로 가면 교과서를 선택할 때 편향성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기대한다.”※

-현 탄핵 정국이 국정교과서 위상에 영향을 미친 것 같나.
“한마디로 쓰나미다. 그렇지만 난 국정교과서를 살리고 싶다. 검인정과 혼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 비교할 대상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한쪽에선 다 똑같은 얘긴데, 다른 평가도 있다는 걸 좀 보게 만들면 질문도 나올 수 있고 사고가 될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런 역할을 국정교과서가 해야 한다. 일각에선 검인정이 다양화를 의미한다고 얘기하는데 형식만 그렇지 내용은 다양화가 아니다. 내용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 국정교과서가 나오면 비로소 다른 평가가 있는 것이 드러난다. 그래서 선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국정교과서에 찬성한다는 입장은 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국이 그래서 그런지…
“내용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 내용은 보지도 않고 프레임만 씌워놓고 똑같은 얘기만 하는데 그런 건 더 이상 의미 없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아까 언급했던 인구변화, 구매력평가 그래프 같은 것들은 매우 공들인 연구성과를 반영한 것이다. 과거 검인정 교과서 편찬자들은 전문가들도 아니고 여러가지를 얼기설기 베껴서 논리도 잘 안맞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논해 보자는 것이지. 중요한 건 정치적 프레임이 아니라 내용과 전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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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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