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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논란-상]대기업은 화수분?…"퍼다 쓰면 남아나지 않을 것"


입력 2017.07.25 08:36 수정 2017.07.25 11:03        박영국 기자

증세 없다던 문재인 정부, 5대 그룹에 집중 증세

글로벌 추세 역행 … 기업 경쟁력 약화로 세수 감소 우려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법인세 인상 논란-상>증세 없다던 문재인 정부, 5대 그룹에 집중 증세
글로벌 추세 역행…기업 경쟁력 약화로 세수 감소 우려


‘증세 없다’던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일자리 창출과 복지정책에 쏟아 부을 천문학적인 예산의 상당부분을 대기업들로부터 ‘짜내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법인세율 인상이라는 합법적인 경로를 택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기업 회장들을 불러 필요 예산을 갹출하던 군부독재 시절의 행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압박은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은 세수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대기업은 화수분?…"퍼다 쓰면 남아나지 않을 것"
(중)설 자리 잃어가는 기업들, 해외로 눈 돌리나
(하)전문가 견해-법인세 인상, 중장기적 영향은?
국정기획위원회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다음날인 20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법인소득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해 25%의 최고세율을 신설하는 증세안을 제시했다. 이후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 증세’를 공식화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마치 미리 각본이라도 짜 놓은 듯이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당·정·청이 환상의 호흡으로 쏘아 올린 공은 대기업들에게 ‘증세폭탄’으로 안겨진다.

민주당은 “소득 2000억원 이상 초대기업은 116개사로 전체 신고 대상의 0.019%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들 116개사로부터 연간 2조7000억원의 추가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과 기업들에게는 영향이 없으므로 증세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이는 ‘국가의 복지재원 부담을 극소수에게 덮어씌운다’는 의미도 된다.

특히, 증세 대상 기업의 상당수는 5대 대기업 그룹에 속해 있다. 사실상 5대 그룹에서 돈을 걷어 공공부문 채용을 늘리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애초에 5대그룹에 부담을 지울 생각으로 거기에 맞춰 과표를 신설하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증세가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추 대표의 안대로라면 현재 과표 기준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 등 3단계로 구성된 국내 법인세 체계는 ‘2000억원 초과 25%’까지 포함해 4단계로 늘어난다.

34개 OECD 회원국 중 10개국을 제외한 24개국이 단일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10억원을 버는 기업이나 1000억원을 버는 기업이나 모두 동일한 세율만큼의 세금을 내는 것이다.

나머지 10개국 중 프랑스, 일본 등 7개국은 2단계다. 미국은 현재 8단계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법 개정을 통해 15% 단일세율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빠지면 4단계 이상 법인세 체계를 갖는 나라는 한국과 벨기에 뿐이다. 벨기에는 복잡한 법인세 체계가 영세기업 보호를 위한 것으로, ‘일부 대기업에만 높은 법인세를 부과하는 나라’로 범위를 좁히면 한국만 남는다.

일부 대기업들을 옭죄는 방식이 매년 2조7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보장해 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기업들의 사업 축소나 분할, 하위 대기업들의 ‘피터팬 증후군’으로 오히려 세수가 감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세수 감소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소득 2000억원 이상 초대기업의 상당수는 글로벌 제조업체들이다. 이들은 생산기지를 한국 뿐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에 두고 있고, 돈도 해외에서 더 많이 벌어들인다.

한국에서 버는 돈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떼인다면 굳이 한국에서의 생산비중을 늘리거나 유지할 이유가 없다. 한국 법인의 사업 축소나 심지어는 본사 이전까지도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개인이 부동산세를 줄이기 위해 부부 공동명의로 해놓듯이 기업들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절세하려는 노력을 한다”면서 “소득이 2000억원을 넘어가면 세금이 크게 늘어날 경우 기업 분할이나 일부 사업의 해외 이전 등으로 신설된 과표에 걸리지 않도록 하려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작정 애국심에 호소할 수도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의 사업 비중을 확대했다가는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최근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판단은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소득 2000억원 미만 대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위축, 나아가 스스로 성장을 멈추는 상황도 우려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고세율이 신설된다면 작년 소득이 1900억원이었던 기업이 2000억원을 넘기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직원을 더 뽑을 이유가 있겠느냐”면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넘어갈 때 수많은 혜택을 잃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성장을 멈추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 대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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