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는 여자배구 '김연경 꿈' 이룰 수 있나
아시아선수권서 한수 아래 태국 상대로 0-3 충격패
선수단 지원책 부실 도마, 개선 없으면 메달길 요원
한국 여자배구는 올림픽에서 메달이 가능한 몇 안 되는 구기 종목 중 하나다.
남자배구와 남자농구 등은 메달은커녕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고, 여자농구 역시 예년과 다르게 국제 경쟁력이 많이 약화됐다.
인기 종목인 축구 역시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메달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하고, 야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한동안 열리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여자배구는 ‘배구여제’ 김연경을 앞세워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4위,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5위를 기록하며 메달권에 근접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인 김연경이 대표팀 은퇴를 미루고 도쿄올림픽 출전 의지를 내비친 것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올림픽 메달의 숙원을 풀기 위해서다. 그만큼 여자배구는 올림픽 메달을 기대할 정도로 국제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열리고 있는 ‘제19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태국에 0-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여자배구가 이제는 아시아권에서도 주춤하다. 강호로 꼽히는 일본과 중국도 만나지 않았기에 그 충격은 더욱 크다.
최근 치른 두 번의 국제대회에서 똑같은 문제점이 반복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4명의 엔트리도 채우지 못하고 이번 대회에 나선 한국은 주전 센터 양효진마저 지난 14일 카자흐스탄과의 8강 라운드 경기에서 허리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는 악재가 생겼다. 결국 양효진은 대회를 전부 소화하지 못하고 조기 귀국했다.
한국은 양효진이 빠진 상태서 치른 대만과의 8강전에서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셧아웃 승리를 이끌어냈다.
1,2세트를 여유 있게 따내고도 3세트에서는 듀스 접전을 펼치면서 진땀승을 거뒀다. 체력이 떨어진 탓이다. 결국 태국과의 맞대결에서는 초반부터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0-3이라는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최근에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그랑프리’에서도 체력에 발목이 잡힌 바 있다. 지난달 열린 대회 2그룹 결선 라운드 결승에서 폴란드에 0-3(19-25, 21-25, 21-25)으로 패했다.
한국은 예선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가진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전날 독일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0-2로 끌려가다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면서 체력을 소진했고, 이 여파가 결국 폴란드전까지 이어졌다.
당시 한국은 이소영과 강소휘(이상 GS칼텍스) 등이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제외되면서 14명이 아닌 12명으로만 대회를 치러왔다. 고된 강행군 속에 선수들 역시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결국 화가 치민 김연경이 후배 이재영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됐다.
선수단 관리 부실에 따른 비판은 결국 배구협회의 몫이다.
배구협회는 과거 2014 아시안게임 김치찌개 회식부터 최근 항공권 차별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연속 국제경기대회에서는 엔트리를 제대로 꾸리지도 못했다. 부실한 대표팀 운영 시스템은 잇따라 대표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3년 뒤 열리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부분 희망, 그러나 정작 한국 여자배구는 퇴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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