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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이재용 부회장 경영 공백 무섭고 두렵다"


입력 2017.09.01 11:00 수정 2017.09.02 12:05        배를린(독일)=데일리안 김해원 기자

"콘트롤타워 부재로 여러 애로...밤 잠 설칠 정도"

"선장 없는 배...M&A 성사 막판까지 진행되다 무산"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 IFA2017 개막 하루 전, 기자간담회에서 총수부재에 경영차질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총수부재로 인한 경영차질 등 애로사항을 공식석상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 IFA2017 개막 하루 전, 기자간담회에서 총수부재에 경영차질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총수부재로 인한 경영차질 등 애로사항을 공식석상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총수부재 심경 IFA개막 전 첫 토로 "콘트롤타워 부재로 여러 애로...밤 잠 설칠 정도"
"선장 없는 배...최근 M&A성사 막판까지 진행되다 무산"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사장)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공백으로 인해 벌써부터 M&A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무섭고 두렵다"고 심경을 밝혔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공식석상에서 총수의 경영부재에 대한 심경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사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인 'IFA2017'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총수부재로 인한 경영차질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같이 심경을 토로했다.

윤 사장은 총수 부재의 삼성전자 상황을 선단장이 없는 배에 비유했다.

"선단장이 부재중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든지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선단장이 없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상이 가십니까. 외부에선 별 거 아닌 것 같다고 하지만, 저희들은 참담할 정도로 애로사항을 느끼고 있습니다. 참담하고 답답합니다."

윤 사장은 "IT업계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빅데이터와 IOT 등 변화속에서 사업구조를 재편해나가고 있는데, 저희같은 경우는 각자가 사업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M&A 등이 상당히 어렵고 개인적으로는 참 무섭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윤 사장은 "(IT업계는)워낙 빠르기 때문에 함대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라면서 "요즘 잠도 못자고 참 참담하고 답답하다. 배에 타고 있는 사람과 보고 있는 사람과의 시각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두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반도체가 잘되고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이 부회장님의 부재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에 여러가지 전략을 짜고 있다"면서 "그러나 당장 올해와 내년이야 (전략을)짠다고 하지만 실제로 현장을 보고 거기서 보고 듣고 느끼고, 글로벌한 네트워킹을 통해 세상의 리더를 만나 얻은 통찰력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을 하나도 못한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집 안에 틀어 박혀서 의사결정한다고 생각해 봐라. 의사결정이 안되지 않느냐"면서 "경영이라는 것은 단순히 보고서만 들여다보고 결정할 수 없다. 세상 돌아가는 여러 상황들을 파악해야 하고, 인사이트(Insight·통찰력)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그것이 꽉 막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3년~5년 뒤 만들어야 할 비전과 그 목표에 가기 위해서 해야하는 구조 재편과 M&A 등이 스톱돼 있습니다. 실제 이 부회장의 경영부재로 인해 최근 AI사업과 관련해 M&A 성사 막판 단계에까지 갔다가 무산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윤 사장은 "무섭고 두렵기까지 하다"면서 "신종균 사장께서 '졸면 죽는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시대에 삼성전자의 상황이...더이상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저로서도 참담하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현재 상황에서 M&A를 추진할 경우 비난 여론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윤 사장은 "사업이라는 것은 기회가 있을때 어떤 상황에서도 해야 한다"면서 "M&A의사결정 등을 제때 못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여러 사업부문별 부문장이 있지만, M&A같은 경우에는 각각 맡고 있는 (사업)부문장이 의사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생각하기엔 (콘트롤타워가) 있다가 없으니까 여러가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사적으로 시너지를 확대하는 조직을 만들 계획'에 대해서는 "그런 조직에 대해선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는게 아니라 없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 1심 결과가 발표 후 만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난 수요일(23일) 만났다"며 "몇 가지 경영에 대한 특별한 당부를 하신게 있지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내 이사회 내에 경영위원회가 있는데, 거기서 여러가지 의사결정을 한다"면서 "아까 말씀드린대로 어떤 사업을 재편한다든지, 대형 M&A를 추진한다든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거기(경영위원회)서 최종 결정하도록 돼 있지만 그런 것들이 제대로 작동이 안돼 두렵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사장단 회의가 없어졌기 때문에 일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적도 있다"면서 "그 정도로 각자 사업분야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부적으로 사업부 수장들하고는 모이는 편이지만,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나 이상훈 사장(CF0) 등과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 사장은 기자간담회 말미에 "가정이든 사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오너십"이라며 "저는 제 사업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부회장과 비교하면 1000분의 1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너십의 발로가 오늘의 삼성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이 부회장이) 부재중이시기 때문에 그게 막혀서 두렵고 무섭기까지 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참 답답하다. 갑자기 목이 메인다"면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김해원 기자 (lemir050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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