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트럼프-아베 정상회담을 보며 심란해지는 이유


입력 2017.11.07 10:52 수정 2017.11.08 06:06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한국 제외한 인도-태평양 전략

문재인 정부 불가능한 균형자론 주장으로 왕따 자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주일미군 요코타 기지에서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한 연설에서 “일본은 대단히 귀중한 파트너이자 동맹” 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주일미군 요코타 기지에서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한 연설에서 “일본은 대단히 귀중한 파트너이자 동맹” 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 S&P 500 지수를 보면 2009년 3월 이후 지금까지 거의 3배나 상승했다. 기간으로 봐도 미국 증시 역사상 2번째의 장기 상승이라 한다. 말로는 지금의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는 것은 실적 호조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보면 꽤나 허무하다.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다. 양적완화와 제로 금리로 인해 자금조달비용이 엄청나게 싸지자 미국 기업들을 필두로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거 자금을 조달해서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해왔기에 증시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 동안 증시에서 주식을 연이어 매수하면서 증시를 밀어올린 주요 세력은 바로 기업 자신들이었던 셈이다.(물론 저금리로 인해 채권시장의 매력이 떨어지자 어쩔 수 없이 주식에 투자한 기관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자사주를 매입해서 없애버리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든다. 그러면 같은 수익으로도 주당 순익은 높아진다. 분자를 늘리는 게 아니라 분모를 줄이는 방식인데 사실 이는 주가조작이라 말해도 전혀 지나친 말이 아니다.

미국 대기업들이 저렴하게 조달한 자금으로 일자리를 늘리거나 신규투자를 해서 수익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사주 매입에 썼고 그 바람에 주당 순이익이 좋아졌다는 점, 그리고 그 덕분에 장기간의 증시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니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부진과 불황의 늪에 빠져 있건만 글로벌 증시는 상승하고 있다. 일종의 괴리현상이자 착시현상이다.

미국 연준(Fed)의 양적완화는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연준이 돈을 찍어 사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간 연준이 양적완화를 위해 사준 국채가 무려 3조6천 억 달러였다. 다시 말해서 3조 6천억 달러가 시중에 풀려나간 셈이다.

그랬던 연준이 지난 9월 21일부터 일정액의 국채를 되팔고 받은 돈을 받아서 없애버리는 양적긴축, 이른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작업에 착수했다.

2009년부터 글로벌 증시를 끊임없이 위로 밀어올린 동력이 바로 양적완화로 인한 자사주 매입이었는데, 이제 그와 거꾸로 가는 거대한 흐름이 지난 9월부터 시작되었다.

미국 연준의 통화환수 개시, 이는 공개된 정보이면서도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뉴스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우 금년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최저임금 인상, 적폐청산, 북한 미사일과 핵 위협,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간의 불협화음 등등에 전 국민의 관심이 팔려있었다.

물론 굵직한 소식들이지만 그럼에도 올해의 가장 큰 중대 뉴스는 9월에 시작된 연준의 양적긴축 개시가 아닌가 한다.

현재 미국 연준은 양적완화 기간에 사들인 채권 3조 6척억 달러를 포함해서 총 4조 5천억 달러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채권자산을 장차 수년에 걸쳐 2조 4천억 달러 수준으로 줄인다고 한다. 따라서 2조 1천억 달러 정도를 시중에서 직접 회수하겠다는 내용이다. 그간 풀었던 돈의 60% 정도를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양적완화 자체가 전례 없던 일이었기에 그를 되돌리는 양적긴축 역시 없었던 일이다. 단순 무식하게 생각해보면 그간의 양적완화로 인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글로벌 증시 상승을 가져왔으니 이제 반대로 가는 흐름, 즉 장기간에 걸친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어떤 문제점과 부작용이 나타날 것인지 현재로선 전혀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번 조치가 장차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글로벌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는지, 현재로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란 사실이다. 아마도 내후년 정도가 되면 엄청난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연준의 양적긴축 개시는 글로벌 경제환경에 중차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늘 신기해하는 것으로서 이처럼 진짜 큰 뉴스는 비밀리에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보도되지만 이상하게도 대다수 사람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언제나 그렇다.

이제 우리를 둘러싼 국제문제로 넘어가보자.

트럼프와 아베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말이 등장했다. 잘 새겨보아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Free and Open Indian-Pacific strategy”, 우리말로 옮기면 자유롭고 공개된 인도양 태평양 전략이라 하겠다. 그 내용을 노골적으로 밝히면 인도양과 태평양을 에둘러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아베는 전부터 ‘안보 다이아몬드(Security Diamond) 구상’이란 것을 주장해왔다. 횡으로는 서쪽의 인도와 동쪽 미국의 하와이, 종으로는 북쪽의 일본과 남쪽의 호주를 연결하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방위태세를 구축함으로써 중국의 팽창전략에 맞서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랬던 아베가 이번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간의 구상을 좀 더 다듬어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규모를 키워서 트럼프로부터 확인 도장을 받은 셈이다.

이번에 아베가 주장하고 트럼프가 확인해준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대응책임은 물론이고 최근 중국 팽창전략의 핵심인 남사군도 문제에 대한 미일 양국의 기본 전략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본다.

중국은 현재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중국의 공개자료에 의하면 장차 한반도는 당연히 저들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이 노골적으로 나타나있다. 그런 판국에 이번 아베 트럼프의 인도 태평양 전략을 보면 우리 대한민국이 빠져있다. 그러니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 상황은 참으로 애매해지고 난처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중 간에 균형을 잡겠다는 말을 했는데, 이는 거꾸로 미국 입장에서 보면 우리 대한민국이 소위 ‘스윙 스테이트’가 된다는 말도 된다.

참고로 ‘스윙 스테이트’란 선거때마다 지지성향이 변동하는 미국의 주(州)를 뜻하는 말인데, 미국이 우리를 그렇게 본다는 것은 장차 우리가 중국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불안과 불만이 투영된 말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트럼프 방한에 있어 ‘위대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아무튼 현 시점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얼마 전 사드 문제로 논란이 되었던 문정인 교수의 발언은 결국 장차 우리가 중국 쪽으로 가야한다는 말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본과의 묵은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는 바람에 일본과의 협력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현실이고, 이에 아베는 인도 태평양 전략을 내세워 우리 대한민국을 아예 제외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베의 말인 즉, '저처럼 중국에 붙어있기에 어차피 중국의 영향을 받는 한국 아닙니까? 또 성향도 저처럼 불확실한 만큼 장차 미국 대형께선 아예 손을 빼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하는 의도가 이번 인도 태평양 전략의 베이스에 놓여있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 미중 수교의 선봉장이었던 키신저 박사 역시 북한과 우리가 있는 한반도는 장차 중국에게 넘겨주는 것이 길게 볼 때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괘씸한 제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 글은 경제와 국제관계에 있어 금년에 등장한 가장 큰 변화에 대해 살펴보는 글이었다. 모두 참으로 의미심장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생각하면 할수록 심란하게 만드는 일들이기도 하다.

난국에 처한 우리 대한민국이다.

일자리 문제, 양극화 문제, 가계부채, 좀비기업 문제, 저성장 문제, 수출 경쟁력의 저하, 인구 절벽의 문제 등등 하나같이 어렵기만 한데, 글로벌 경제 환경 또한 양적긴축이 시작되었다는 점, 게다가 북핵 문제와 중국 문제, 한미 무역 조정 문제 등등 어려운 과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 갈수록 태산이란 말이 참으로 빈말이 아니다 싶다.

예전부터 올해 2017년은 우리 국운의 동지(冬至)가 되리라 여겨왔지만 정말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