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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박정민 "잇단 러브콜, 거품 같은 환상일까 불안"


입력 2018.01.15 08:53 수정 2018.01.16 14:20        부수정 기자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서 진태 역

"이병헌·윤여정 선배와 호흡 최고"

영화 '그것만에 내 세상'에 나온 배우 박정민은 피아노 연주를 CG와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영화 '그것만에 내 세상'에 나온 배우 박정민은 피아노 연주를 CG와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서 진태 역
"이병헌·윤여정 선배와 호흡 최고"


최근 스크린에서 가장 바쁜 30대 배우를 꼽는다면 단연 박정민(30)이다.

17일 개봉할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에 이어 '염력', '변산' 등의 촬영을 마쳤다. 오컬트 무비 '사바하'를 촬영 중이며 '사냥의 시간'에도 출연한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모두에게 잊힌 복싱선수 조하(이병헌)가 인생에서 지웠던 동생 진태(박정민)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장애가 있지만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진태를 통해 가족애를 강조한다.

박정민은 조하의 동생으로, 서번트 증후군(사회성이 떨어지고 뇌 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기억, 암산 등 특정한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짐)을 앓고 있지만 피아노 연주만 시작하면 그 누구보다 완벽해지는 진태 역을 맡았다.

선배 이병헌조차 정신 바짝 차리게 만든 무서운 배우, 박정민을 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시나리오에 끌려 작품을 택했다는 그는 "시나리오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만큼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며 "안 하면 속상할 듯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진태는 배우에게 어려운 숙제였다. 피아노 연주를 능숙하게 해야 했고, 장애를 지닌 캐릭터도 편견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서번트 증후군을 지닌 인물은 관련 도서와 다큐멘터리 등을 참고했다. 박정민은 장애를 지닌 친구들을 만나는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다. 참고한 영화는 없다. "다른 영화는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신경 쓸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진태를 잘 해내고 싶었어요. 병헌 선배와 윤여정 선배께 폐 끼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영화 '그것만에 내 세상'에 출연한 배우 박정민은 잇단 캐스팅에 대해 "거품 같은 환상일까 두렵다"고 고백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영화 '그것만에 내 세상'에 출연한 배우 박정민은 잇단 캐스팅에 대해 "거품 같은 환상일까 두렵다"고 고백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피아노 연주는 촬영 들어가기 전 6개월 동안 연습했다. 하루에 5~6시간씩 피아노 연주에 매달렸다. 감독과 첫 미팅 이후 피아노 학원을 등록한 그는 CG(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역이나 CG의 힘을 빌리며 감동이 줄어들 것 같았어요. 관객들의 몰입도도 떨어지고요. 무작정 하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후회했습니다. 하하.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분 중에서 미술과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신경 써서 준비했죠."

말투와 대사도 고민해야 했다.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최대한 편하게 연기했다. "정보전달이 필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서 연기했어요. 장애를 지닌 친구들을 동정하기보다는 존중하려고 했어요. 진태처럼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의상, 안경, 가방 등 소품 선정도 배우의 머리에서 나왔다. 아버지 옷을 입은 적도 있고, 안경도 직접 안경원 가서 써보기도 했다. 가방도 작은 크로스백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극 후반부 진태가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이 장면은 3일 동안 촬영했다. 피아노를 직접 연주한 그는 실제로 딱 맞아떨어지는 연주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무대 위 진태가 가장 행복한 신이라 긴장했는데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어요. 진태를 통해 엄마와 형이 행복한 장면입니다. 감동을 확 끌어주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연주에 대한 설계를 미리 해놓고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꿈'이었던 이병헌과의 호흡은 최고였다. 특별한 조언은 없었다. 그런데도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는 게 많았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배웠어요. 신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에 감탄했지요. 상업영화에선 큰 배역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병헌 선배를 보면서 제가 몰랐던 다양한 부분들을 깨우쳤어요. 노트에 적기도 하고, 머릿속에 담기도 했지요. 다음 작품에 한 번 써 먹으려고요(웃음)."

영화 '그것만에 내 세상'에 출연한 배우 박정민은 "윤여정, 이병헌과의 호흡은 최고였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영화 '그것만에 내 세상'에 출연한 배우 박정민은 "윤여정, 이병헌과의 호흡은 최고였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정민은 또 "이병헌 선배가 내가 준비한 걸 다 받아주셨다"며 "병헌 선배와 만든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는 걸 보니 뿌듯했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엄마' 그 자체였단다. 그는 "윤여정 선생님만 따라다녔다"며 "윤여정 선생님은 매력이 넘치고, 힐링이 되는 분이다. 연기 호흡도 좋았다"고 말했다.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그는 작품 활동을 이어오다 이준익 감독의 '동주'에서 송몽규로 분해 이름을 알렸다. 이후 '안투라지'(201), '더 킹'(2016) 등에 다양한 작품에 잇따라 출연했고 올해 '그것만이 내 세상' 외에 연이어 작품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동주'가 가져다준 결과"라고 웃은 뒤 "나도 연달아 작품에 캐스팅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거품 같은 환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연애는 하고 있느냐고 묻자 "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 내 위치가 불안하기도 하고, 연애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2016년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낸 그는 요즘은 글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쓰는 게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외국 소설을 많이 읽는다.

최근 생긴 취미활동은 그림 그리기다. 영화 포스터를 그리고 있단다. 그러면서 배우는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줬다. 끼 많은 배우는 달라도 뭐가 달랐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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