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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영원한 엄마' 이일화, 인터뷰 중 눈물 쏟은 이유


입력 2018.02.01 08:49 수정 2018.02.02 17:24        부수정 기자

영화 '천화'서 파격 연기 도전

"어떤 역할이든 감사하게 수용"

영화 '천화'에 출연한 배우 이일화는 "나를 통해 캐릭터를 빛나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이매진아시아 영화 '천화'에 출연한 배우 이일화는 "나를 통해 캐릭터를 빛나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이매진아시아

영화 '천화'서 파격 연기 도전
"어떤 역할이든 감사하게 수용"


"연기할 수 있는 게 행복해요."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배우 이일화(47)가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다. 인터뷰를 자주 하지 않는 배우 이일화는 지난 달 31일 영화 '천화' 홍보 인터뷰를 통해 40대 배우로서 연기하는 행복과 기쁨을 고백했다.

영화 '천화'(감독 민병국)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문호(하용수)의 인생을 바라보는 요양사 윤정(이일화)과 그녀의 곁에 선 제주 청년 종규(양동근)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23년 만에 첫 주연작을 선보인 이일화는 흡연과 노출신 등 파격적인 면모를 선보인다. 줄곧 선보인 '따뜻한 엄마'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일화는 "후배의 추천으로 시나리오를 접했는데 정말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며 "나를 통해 윤정을 빛나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1991년 SBS 2기 공채 탤런트 출신인 이일화는 '돌아온 뚝배기'(2008), '응답하라 1997', '야왕'(2013), '응답하라 1994(2013), '응답하라 1998'(2015), '불어라 미풍아'(2016), '김과장'(2017), '아빠는 딸'(2017), '마녀의 법정'(2017) 등 6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이일화하면 생각나는 건 '응답' 시리즈 엄마다. tvN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우리네 엄마로 분해 사랑받았다. 이번 영화에서는 욕망에 충실한 여자로 분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영화 '천화'에 출연한 배우 이일화는 "연기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이매진아시아 영화 '천화'에 출연한 배우 이일화는 "연기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이매진아시아

한 아이의 엄마인 그에게 노출신은 부담이었다. "감독님과 의논한 끝에 촬영했는데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감독님에 대한 믿음으로 촬영했고, 감독님께서도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주셨죠. 이번 영화에서 선보인 도전은 배우로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당시엔 두려웠는데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 보니, 재밌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는 삶과 죽음을 조명한다. 기독교 신자인 이일화는 "인간을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데 죽음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며 "죽음을 생각하면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힘들고, 지친 기억보다는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살아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천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배우는 "인간은 기억을 잃어가는 존재인 것 같다"며 "영화는 꿈이자, 종교 소설 같은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아서 실수를 저질러요. 실수를 통해 이전보다 나아지고요. 저도 나약한 인간이라 실수하고 부족합니다. 연기할 때는 단점을 찾아내서 장점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요."

영화 완성본을 처음 봤을 때는 스크린에 가득 찬 모습이 아름답지 않았단다. 많은 분량은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완성본이 '어떻게 나올까' 조바심을 내며 기다렸어요. 제 얼굴이 너무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아름답게 보이지도 않았고. 근데 주변에선 '이건 언니 영화'라고 하더군요. 그때 알았죠. 이 모든 게 행복하다는 사실을. 특히 딸이 칭찬해 줘서 기뻤어요. 딸이 칭찬에 박한데 영화를 보고 '엄마, 난 엄마가 그렇게 예쁜 줄 몰랐어'라는 말을 해줬답니다(웃음)."

영화 '천화'(감독 민병국)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문호(하용수)의 인생을 바라보는 요양사 윤정(이일화)과 그녀의 곁에 선 제주 청년 종규(양동근)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맑은 시네마 영화 '천화'(감독 민병국)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문호(하용수)의 인생을 바라보는 요양사 윤정(이일화)과 그녀의 곁에 선 제주 청년 종규(양동근)의 관계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맑은 시네마

이일화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40대 여배우 중 한 명이다. 보통 여배우들은 자존심을 내세우며 특별출연을 꺼리기도 하지만, 이일화는 지상파 3사 드라마에, 비중 상관없이 나온다.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솔직한 답변이 나왔다.

"배우도 사람이니깐, 주목받는 역할만 하고 싶어 합니다. 근데 전 집안의 가장이라 돈을 벌어야 했어요. 연기 초창기 때 그랬죠. 그러다 연기가 정말 하고 싶고, 연기를 사랑하게 됐어요. 처음엔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시작했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겼어요. 악착 같이 붙잡고 늘어지고 싶어요. 연기 없인 하루도 못 삽니다. 일할 때 느끼는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매번 다른 역할이 주어지는 게 감사할 뿐이죠."

그러면서 이일화는 눈시울을 붉히며 연기에 대한 사랑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배우는 선택받는 사람이라, 어떤 역할이 주어지는 게 감사해요. 역할이 크든, 작든 하고 싶어요. 현장 가는 게 행복해요. 단역 배우들을 보면 또 감사합니다. 그 무엇도 하찮은 건 없어요. 연기할 땐 다 소중합니다."

이일화는 과거 개인사로 아픈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언론으로부터 상처를 받아서 인터뷰하는 걸 꺼린다"며 "때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이라서 더 그랬다. 지금도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여배우라면 엄마가 아닌 다른 역할에 욕심낼 법하다. 하지만 이일화의 가치관은 확고했다. 엄마가 가장 좋단다. 자기 자신도 엄마라는 이유에서다. "엄마 연기를 할 때 내 옷을 입은 것 같아요. 돈을 벌려고 어린 나이에 엄마 역할을 빨리 접했죠. 엄마 역할을 또 준다면 감사하게 연기할래요. '응답' 엄마도 마찬가지고요. 저한테 도움이 되는 캐릭터라면 열심히 연기할 겁니다."

이일화는 "배우 이일화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또 다른 캐릭터에 도전하겠다"며 엄마 미소를 지었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햇살 같은 '포근한 엄마'였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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