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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패스트 팔로워' 카드에 보험업계 눈총


입력 2018.02.23 06:00 수정 2018.02.23 07:53        부광우 기자

'인기 검증' 중소형 보험사 상품 벤치마킹 이어져

"최대 보험사의 베끼기 전략 적절치 않아" 불만

삼성생명이 최근 들어 경쟁사들의 검증된 상품들을 쫓아가는 이른바 패스트 팔로워 카드를 꺼내들면서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최근 들어 경쟁사들의 검증된 상품들을 쫓아가는 이른바 패스트 팔로워 카드를 꺼내들면서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최근 들어 경쟁사들의 검증된 상품들을 쫓아가는 이른바 패스트 팔로워 카드를 꺼내들면서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아래서 보험사의 부담을 덜게 해 줄 수 상품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배경 아래서 삼성생명의 전략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중소형사들의 히트 상품까지 따라하는 것은 국내 최대 보험사로서 적절치 않은 모습이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자동 배분하는 변액보험 펀드 출시를 위해 관련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확한 출시 시기까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시스템은 보험사가 고객의 변액보험 펀드를 대신 분배하고 관리해 주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변액보험은 생명보험사가 취급하는 대표적인 투자형 상품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 어떤 펀드에 얼마만큼의 자산을 할당하고 조정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변할 수 있다. 그런데 변액보험 가입자의 상당수는 펀드 재분배를 하고 있지 않아 제대로 된 수익률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마련 중인 관련 시스템은 미래에셋생명이 2014년 보험업계에 첫 선을 보인 글로벌 MVP 변액보험 펀드와 닮아 있다. 글로벌 MVP 변액보험 펀드는 출시 3년 8개월 만에 순자산 8000억원을 돌파한 미래에셋생명의 대표 히트 상품이다.

미래에셋생명의 MVP 변액보험 펀드는 주식비율에 따라 ▲MVP30 ▲MVP50 ▲MVP60으로 구분된다. 전체 자산 중 주식에 MVP30은 30%를, MVP50은 50%를 배정하는 식이다. 이를 기반으로 미래에셋생명은 분기 단위로 자산 분배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치아보험 시장 진출도 그 동안 취급하지 않던 중소형사 상품에 손을 댄다는 측면에서 이와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르면 다음 달 중 첫 치아보험 상품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처음으로 치아보험을 내놓은 곳은 라이나생명으로, 이후 일부 중소형사들만 시장에 참여해 왔다.

삼성생명이 지난 달 출시한 실속든든 종신보험도 과거와 달라진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 상품은 2015년 ING생명이 처음 선보인 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이다. 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환급금을 줄여 기존 종신보험 대비 보험료를 낮춘 대신 납입 완료 후 환급금이 늘도록 한 상품이다. ING생명이 테이프를 끊은 이후 시장성이 확인되면서 대부분 생보사들이 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을 출시해 왔지만 삼성생명은 지금까지 출시를 미뤄왔다.

이처럼 삼성생명이 최근 검토 중이거나 이미 선보인 경쟁 보험사 벤치마킹 상품들의 공통점은 IFRS17 적용 시 유리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실시되는 IFRS17의 핵심은 시가 기준의 부채 평가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변액보험의 경우 IFRS17이 적용돼도 자본 부담이 크지 않은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저축성 상품처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여서 보험사의 부채가 크게 늘리지 않아서다. 또 치아보험이나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 역시 IFRS17 시행 시 강점이 부각되는 상품이다. 보장성 보험은 현 회계 기준에서 판매 첫해 손해가 발생하지만 IFRS17 적용 시에는 오히려 이익이 나게 된다.

결국 삼성생명 역시 IFRS17을 앞두고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는 얘기다. 다만, 국내 보험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삼성생명이 검증된 상품들을 베끼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점에서 지적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새로운 상품 개발 대신 중소형사의 인기 상품들을 따라해 관련 시장을 장악하려는 모습은 아무래도 보기에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며 "경쟁사 현장 영업 조직에서는 삼성생명의 이런 전략에 긴장감을 느끼는 동시에 불만 어린 반응도 나온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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