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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 스포츠의 성폭력 실태 "부끄럽고 참담한 수준"


입력 2018.03.02 17:44 수정 2018.03.02 17:46        박창진 기자
ⓒJTBC 방송화면 캡쳐 ⓒJTBC 방송화면 캡쳐

'미투운동'이 문화예술계에서 체육계로도 옮겨갔다. 체육계 미투의 주인공은 이경희 리듬체조 국가대표팀 코치다.

이경희 코치는 북한 리듬체조 선수 출신으로 대한민국에 귀순해 국가대표 리듬체조 단체팀의 코치를 역임했다. '북한의 손연재'로 불렸던 이경희 코치의 고백은 충격적이다. 이와 관련해 체육계에서 발생했던 성폭력 사건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2007년 한국 여자프로농구(WKBL)에서 발생한 감독의 성폭행 미수 사건은 여전히 WKBL의 흑역사로 남아있다. 지난 2007년 4월 10일 미국 LA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박 모씨는 밤 10시경 자신의 호텔방을 청소하고 나가던 한 선수의 옷을 벗기고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40분 뒤 옷을 벗은 채 이 선수를 다시 방으로 불러 성폭행하려 했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의 도움 요청을 받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동료 선수가 박씨 방문을 두드려 성폭행을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으로 박 모 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징역 1년 6개얼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집행유예로 풀어준 것.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합의도 없었고, 더구나 피해자가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집행유예로 판결한 것에 대해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많다"고 밝혔다.

또 여자프로농구연맹이 박 감독을 영구제명시켰지만 "프로가 아닌 학교나 실업팀으로는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많은 농구인들 사이에서 복귀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돌 정도"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비단 성폭력 문제뿐만 아니라 여자 스포츠 선수들은 다양한 폭력의 유형에 노출돼 있다. 과거 실업농구의 전성기였던 80-90년대 중계 방송에서는 감독이나 코치들이 여자 선수들에게 거침없는 욕설을 퍼붓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기도 했다. 오늘날엔 이런 모습이 거의 없지만 여전히 여자 선수들은 폭력에 무방비 상태다.

대한민국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저력은 세계가 인정했다. 올림픽에서도 여자 선수들이 많은 금메달을 가져오고 있다. 배구의 김연경, 핸드볼의 임오경,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등은 한국 여성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인물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성폭력의 위험에 무방비라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서정권 기자 (mtrepc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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