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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옷가게야, 미술관이야"…아트슈머 유혹하는 패션업계


입력 2018.06.21 06:00 수정 2018.06.21 06:01        손현진 기자

구호·스튜디오 톰보이, 매장서 예술가 전시회…매 시즌 정기 행사로 자리잡아

온라인 쇼핑 증가에 매장 찾는 손님 줄어…문화 콘텐츠 늘려 경쟁력 강화

패션업계가 오프라인 매장을 문화적 소비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구호' 매장에서 열린 김수연 작가 전시. ⓒ삼성물산패션 패션업계가 오프라인 매장을 문화적 소비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구호' 매장에서 열린 김수연 작가 전시. ⓒ삼성물산패션

옷가게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패션업계가 오프라인 매장을 단지 의류를 사고 파는 장소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문화적 만족감을 지향하는 소비자인 아트슈머('Art'와 'Consumer'의 합성어)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구호'는 이달 29일까지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 2층 쇼룸에서 스퀘어(SQUARE)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연다. 구호는 매 시즌 현대 예술가들과 손잡고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회화 분야에서 유명한 김수연 작가와 협업했다.

김수연 작가는 올해 봄·여름 시즌 구호 화보에서 모델 정은채가 입은 의상을 역동적인 색과 입체 드로잉, 조형적인 요소를 가미해 회화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가 다양한 관점에서 구호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철학을 표현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됐다.

박지나 구호 팀장은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구호만의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표현하고자 매 시즌 컨템포러리 아티스트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상품을 통한 고객 경험을 넘어 브랜드 체험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전시를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김도형 그래픽 디자이너와 이혜미 세라미스트, 이욱정 PD, 유인경 시인 등 다방면의 아티스트를 초청한 강연이 구호 매장에서 열리기도 했다.

신세계톰보이에서 운영하는 여성복 '스튜디오 톰보이'도 예술 전시를 잇따라 열고 있다. 시즌별 콘셉트와 어울리는 아티스트를 발굴해 매장 전시를 열고, 협업 제품을 출시하며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지난 4월에는 전국 주요 매장에서 국내 신예 사진작가 김강희 사진전을 개최했다. 작년 10월에는 브라질 출신 사진 작가 글리슨 파울리노의 사진전을 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1년 패션 브랜드 톰보이를 인수해 스튜디오 톰보이로 리브랜딩하면서 매 시즌 독특하고 감성적인 문화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스튜디오 톰보이는 2016년에 비해 14.6% 성장한 1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메가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위쪽부터)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가 뮤지엄 콘셉트로 리뉴얼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외부와 내부 모습. ⓒ코오롱FnC (위쪽부터)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가 뮤지엄 콘셉트로 리뉴얼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외부와 내부 모습. ⓒ코오롱FnC

지난 2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이전 오픈한 코오롱FnC의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는 신규 매장을 뮤지엄 콘셉트로 꾸몄다. '슈 뮤지엄 바이 슈콤마보니' 플래그십 매장 내부는 전시장 느낌을 주기 위해 작품과 상품을 연계해 진열했고, 스니커즈·펌프스 등 섹션별로 상품을 선보였다.

이보현 슈콤마보니 이사는 "새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닌, 슈즈에 담긴 스토리와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시작됐다"며 "앞으로 이 공간을 활용해 슈콤마보니가 만들어내는 슈즈 스토리를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패션 브랜드들이 이처럼 예술가와 협업한 매장 전략을 펼치는 것은 온라인 및 모바일 쇼핑을 선호하는 쇼핑객들이 증가해 매장별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선 이색적인 매장 콘텐츠를 늘려 이를 경험해보고자 하는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타개책으로 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연간 거래액은 78조2273억원으로 2016년에 비해 19.2% 증가했다. 이 중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47조8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6% 늘었으며, 전체에서 63.3%의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온라인 패션시장 역시 증가세가 가파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약 1조원씩 증가해 2016년에는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온라인쇼핑 패션 부문 거래액은 12조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성장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패션시장 전체가 몇 년간 1~2%대 저성장에 머물러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신규 오픈하는 복합쇼핑몰도 패션보다는 체험형 콘텐츠를 확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패션 콘텐츠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확장되고 있고, 그에 더해 올해는 인문학적 가치와 지적 요구를 충족해주는 문화적 소비 공간이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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